개선형 ‘휴미라 시밀러’ 유럽 런칭 초읽기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미국에 퍼스트무머
신약 대접받는 램시마SC는 초대박 조짐
‘글로벌 케미컬’ 치매치료제 임상3상 돌입
2020년 잭팟 가능성…‘1년 1약 출시’ 공언
‘설마’를 현실화하는 실행력, 후배 바이오에 귀감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주식시장 등에선 지난해 까지만 해도 “설마, 셀트리온이 그것 까지 하겠어?”, “저러다 말겠지”하는 냉소가 조금 남아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어, 장난 아니네”, “정말 일 내겠어”하는 촌평이 부쩍 늘었다. 개량형 시밀러(복제약) 이므로 실패 가능성이 적은 15개 플러스 알파(+α)의 파이프라인을 가동중인데다, ‘신약’ 대접 받는 의약품들이 총규모 수십조원 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1년에 한개 이상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겠다”는 비전 발표의 구체적인 그림까지 나와 업계와 시장 전문가, 국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 쟤네들 진짜 해버리네”= 몇 년 전 만 해도 국내 같은 업계 내에서도 “우린 셀트리온을 정통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지금은 “쟤들 진짜로 해버리네”라는 톤으로 바뀌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개선형’ 휴미라 시밀러, 신약 대접 받는 피하주사제형 ‘램시마SC’,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 트로이카를 앞세워 45조원으로 추산되는 ‘TNF-α 억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 세계 시장 확대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여기에 셀트리온의 새 블루오션인 ‘글로벌 케미컬(화학의약품)’ 전략으로 치매 치료제가 임상3상에 돌입해, 세계시장 전방위 공격편대의 균형감도 더하는 상황이다.
▶각국 보건당국 저비용 고효율 건민정책, 퍼스트무버 시밀러에 호재= 최근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각국 보건당국의 저비용 고효율 건민(健民)정책에 따라, 가격 면에서는 싸고 품질 면에서는 개선형, ‘베터(Better than Original) 제형’인 셀트리온 주력 의약품들의 세 확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글로벌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퍼스트 무버 등 판단과 진입 속도가 빠른 점도 셀트리온의 강점이다.
13일 셀트리온그룹(회장 서정진)에 따르면, 램시마SC, 휴미라 시밀러의 유럽 판매 런칭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트룩시마는 미국에 가성비 높은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진입자(First Mover)가 됐다. 모두 오리지널 것을 개선했다. 자가면역이란 나의 세포가 침입자를 공격하지 않고 나를 공격하는 난치성 질환·암종인데, 오리지널 치료제는 비싸다.
셀트리온의 ▷자체 신약 연구개발과 ‘오리지널 보다 나은 시밀러’ 개발의 병행 ▷‘개선형’ 신약 아웃풋 ▷독자적 신약의 마중물 확보와 매출 대비 가장 많은 비율의 연구개발비 투입 ▷각국 보건당국 설득과 글로벌 유통구조의 선진화 ▷공장 업그레이드와 가동률의 효율화 등 모든 면에서 ‘설마’를 ‘현실’로 옮기는 실행 능력은 새내기 바이오 상장사들이 따라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올들어 ‘2030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부 의약품은 신약 대접= 셀트리온그룹이 개발한 SC(피하주사)제형의 신규시장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FDA는 램시마의 시밀러가 아닌 ‘바이오 베터’ 형식, 즉 ‘확장 신청(EA)’을 받아들였다. 무려 2038년까지 독점권을 부여하는 그야말로 ‘신약’ 대접이다.
최근 열린 미국 류마티스학회(ACR)에서 임상1상 결과가 최초 공개된 개선형 휴미라(작년 시장 23조원) 바이오시밀러 ‘CT-P17’도 농도를 높이고 투여량을 줄였으며, 주사 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구연산염을 제거한 CF(Citrate Free) 제형으로 개발하는 등 오리지널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CT-P17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어 내년 초 유럽(EMA)에 시판허가를 신청한다.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성분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의 류마티스 관절염(RA) 적응증에 대한 장기 임상 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램시마SC는 연내 EMA 승인을 받고 유럽 판매가 시작된다.
▶어닝 잭팟 시기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성분명 : 리툭시맙)가 북미 파트너인 테바를 통해 미국에 본격 판매된다고 밝혔다. ‘트룩시마’는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미국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First mover)한다. 미국 의약분야 민관은 효능 좋고 가격이 싼 바이오시밀러 우선 정책을 지향하고 있어, 시장 선점 및 급속 확대가 기대된다.
그 동안 미국 행정부는 의약품 할인 프로그램과 환급 체계 변경 등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정책들을 꾸준히 발표했고, 미국 최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램시마를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했다.
바이오에 방점을 뒀던 셀트리온이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균형잡힌 글로벌 제약사의 면모를 갖춰가는 가운데, 치매 치료용 ‘도네페질(Donepezil) 패치제’ 임상이 3상에 돌입했다. 이 치매치료제는 아이큐어(대표 최영권)와 공동개발중이다.
바이오와는 달리 케미컬 분야는 수백년 산학계 노하우가 축적되고 공유돼 있기 때문에 속도가 빠를 가능성이 높다. 셀트리온의 바이오 개발 및 시장 개척 속도를 감안하면 케미컬 분야에서의 선전도 주목된다.
셀트리온 공장 |
▶2030비전과 과제= 올 상반기 공장가동 및 신설, 유통구조의 재편 등 ‘조정기’를 가졌던 셀트리온은 올 3분기 매출은 25%, 영업이익 40%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바이오 트로이카의 선전과 케미컬 분야 호재는 불과 최근 열흘 이내에 국민에게 알려진 것이기에 또 무슨 소식이 들릴 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최근 개발 현황을 공시하며 2030년까지 매년 1개 제품 이상 후속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완료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로이카 외에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Avastin) 바이오시밀러 'CT-P16', 알레르기성 천식 및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Xolair) 바이오시밀러 'CT-P39' 등 15개 이상의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세포주 및 공정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계열사 별 특성화 전략을 분명히 실행하고, 각 사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지적은 여전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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