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부의장 자격 일방 발표
망명 모랄레스는 “투쟁 계속”
야당인 우파 민주사회주의운동 소속 자니네 아녜스 볼리비아 상원 부의장(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한 후 대통령띠를 두르고 쿠에마도 대통령궁 발코니에 나타나 군중들에 연설을 하고 있다(위쪽 사진). 대선 부정 논란으로 물러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전 대통령(아래쪽 사진 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왼쪽)의 환대 속에 망명지인 멕시코에 도착했다. 모랄레스는 이 자리서 기자들에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AP·로이터] |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볼리비아에서 12일(현지시간 ) 자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자임했다. 하지만 다수당이자 기존 여당인 사회주의운동(MAS)이 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일방적 발표로 볼리비아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에 빠져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사회운동(MDS) 소속의 아녜스 부의장은 “나는 즉시 대통령직을 수행해 나라를 평안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녜스 부의장은 공정한 선거위원회를 조직해 가능한 빨리 대선을 치르는 일시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대선 부정 논란 끝에 지난 10일 물러난 뒤 극심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 승계자인 부통령과 상하원 의장이 줄줄이 동반 사퇴해 대행조차 없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이틀 만에 멕시코로 망명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볼리비아가 무정부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초 의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대통령 권한대행 선출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상하원 다수당인 MDS 소속 의원들이 나오지 않아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녜스 부의장은 자신이 공석인 상원 의장직을 승계했으며 이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고 선언했다. 수도 라파스에 모인 시민들은 아녜스 부의장의 임시 대통령 취임 선언을 환영하며 불꽃놀이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하지만 NYT는 의회와 군부가 아녜스 부의장의 취임 선언을 받아들일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불만이 아녜스 부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으로 더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망명지인 멕시코에 도착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이 쿠데타 때문이라며 “살아있는 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녜스 부의장의 발표에 앞서 이웃 국가들에게 임시 대통령 지명 노력을 차단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