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서 글로벌 수요부진 만회
친환경차 시장 선점 효과도 기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넥쏘 수소전기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 제공] |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생산기지를 구축하려는 현대자동차의 결정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 부진을 신(新)시장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수출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울산공장에서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원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장은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들어선다. 투자비는 2030년까지 약 15억5000만 달러(한화 1조8240억원)에 달한다. 오는 2021년 15만대 규모로 가동 예정이며, 최대 생산 능력은 25만대다.
현대차는 ‘아세안 시장 공략 전담 조직’을 구성해 3년여의 시장조사를 거쳐 인도네시아를 전략적 요충지로 택했다. 수도와 인접한 입지와 공단 내 부품기업 간 시너지도 강점으로 분석됐다.
높은 일본차 점유율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내 일본차 점유율은 97.5%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소형급 다목적 승용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집중해야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2륜 이상 전기차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CO2 배출량 감축 목표를 29%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아세안 전략 전기·수소차의 개발이 필수적인 이유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완전 무공해인 수소전기차와 전기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현대차의 친환경차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찬환경차 정책에 적극 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의 미래성장 동력은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이면 역내 완성차 수출 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아세안을 하나의 문화권으로 보면 인구가 6억5000만명에 달하지만 상대적으로 자동차 시장은 낙후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수보다 수출에 큰 비중을 둔 현대차의 특성상 이번 인도네시아 전략은 인도와 남미에 이어 공격적 마케팅의 전략기지로 떠올라 향후 실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현지 공장 생산물량은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역내 수출로 시작해 호주, 중동으로 확대를 검토 중이다. 완성차와 별도로 연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 조림)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지역에서 조기에 개발·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하고자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HTMV)과 시너지를 발휘해 2021년 말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춰 100여 개의 딜러망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