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친환경 사업 주도 핵심
내년 1월 준공 저유황유 생산
SK에너지가 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울산CLX 내 VRDS 공사 현장에서 내년 1월 기계적 준공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SK에너지 제공] |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파이프 사이로 높은 크레인들이 부품을 들어올렸다. 64미터 높이의 프랙셔네이터(Fractionator·연료유 분리 설비)가 우뚝 솟아있는 이곳은 SK에너지의 미래 친환경 사업을 이끌어나갈 주인공인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가 건설중인 현장이다.
99% 공정률로 완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공장을 현장에서 부르는 이름은 ‘S-프로젝트’. SK그룹의 경영정신인 ‘완벽보다 더 큰 완벽을 추구한다’는 뜻의 ‘수펙스(SUPEX)’에서 따왔다. 현장을 지키던 공사 관계자는 “신시장을 선점하고 안전한 공정을 진행해 수펙스라는 그룹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 2017년 11월부터 1조원을 투입해 VRDS 건설에 돌입했다. 투자 규모 면에서나 ‘수펙스’라는 이름을 붙여가면서 공사에 만전을 기한 것을 보면, 최근 수년간 VRDS가 SK에너지의 중심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내년 1월 준공을 앞둔 VRDS는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0.5%의 저유황 중질유와 선박용 경유 등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SK에너지가 공을 들인 이번 프로젝트는 친환경 포트폴리오로 사업을 재편하는 일환이기도 하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오는 1월부터 해양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 배출량 저감을 위해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량을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한다. ‘IMO2020’이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번 규제는 해운·정유 업계 안팎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힌다.
선박유 시장은 기존 벙커씨(B-C)유 등 고유황 중질유 중심에서 저유황 중질유로 수요가 급격히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PIRA와 Facts Global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2020년 이후 대체해야하는 선박용 고유황유 규모가 하루 3500만 배럴에 이르며, 이중 약 56%인 200만 배럴이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으로 분석했다.
SK에너지는 IMO2020 등 전세계적인 친환경 저유황유 수요 증가에 힘입어 VRDS 가동 후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의 여러 프로젝트들 가운데서도 이번 VRDS는 규모 면에서도 주목된다. VRDS 설비를 연결하는 배관만 총 240㎞ 길이가 쓰였다. 이를 환산하면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이르는 규모다. 전기·계장 공사에 들어간 케이블 길이는 1100㎞로, 서울부터 울산까지 거리의 3배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시공에는 총 33개 업체가 참여했다. 하루 평균 1300명, 공사가 가장 바빴던 피크 시점에는 3500명이 투입됐다. 공사가 끝나는 시점인 내년 1월에는 투입 근로자가 누적 8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는 내년 3월께 VRDS 상업생산에 돌입하면 석유제품 수출 전문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과 협업해 거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SKTI는 이미 한국에서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 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저유황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 3600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2020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동북아 지역 내 해상 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지속 개발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이세진 기자/jin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