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6.8%였다. 비슷한 경제 규모의 호주는 31%로 더 높았고, 올해 상반기에는 그 비중이 38%까지 올라갔다. 중국이 호주산 철광석, 석탄 등의 수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의존도가 더 심하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은 143만명으로 16%에 이르고 총 117억 달러를 소비했다. 중국 유학생은 17만명으로 43%에 이른다.
현지에서는 중국에 수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고 있는 형국으로 우려한다. 중국이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거나 인력교류 제한조치를 취할 경우 경제 전반이 쉽게 흔들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으로 중국의 저성장이 현실화됨에 따라 호주 경제는 더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대(對)호주 수입을 줄일 시 GDP의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모리슨 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의 외교 및 경제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미국의 노선을 따르는 호주는 중국 자본이 연계된 투자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국가 안보나 개인정보 관련 분야에 대한 인수나 투자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런 제한으로 중국의 투자는 2017년 100억 달러에서 2018년 62억 달러로 감소했다.
호주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아시아 주요 교역국인 한국, 일본과의 관계를 늘리는 한편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협력의 손을 부지런히 내밀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한·일간 무역 분쟁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기를 희망하면서 인도태평양 협력을 통해 호주와 동맹국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힘을 합쳐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호주에게 한국은 4대 교역국이다. 상당한 교역량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 한국에게도 호주는 소고기와 와인의 수출국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가리켜 호주 언론에서는 양국을 ‘무관심’의 관계로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호주와의 협력을 ‘적극적 관심’의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행히 양국의 협력은 에너지와 자원, 인프라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 분야로는 수소, 신재생 에너지, 의료바이오가 있다. 호주는 수소 수출국을 꿈꾸지만 수소차와 충전시설이 없다. 호주는 한국이 그리는 수소경제 활성화의 공급망 협력자가 될 것이다. 호주는 지붕 태양광 보급률 1위 국가 위상을 앞세워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려고 한다. 여기에 한국의 태양광 장비나 에너지 저장장치가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적 의료 복지국이자 임상시험 생태계를 갖춘 호주는 한국의 스마트 의료 기술과 제약 기업들과 협력도 늘리고 있다.
한국과 호주는 ‘Next China’를 찾아야 하는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호주는 풍부한 자원과 선진 비즈니스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민국가가 보유한 문화의 다양성도 매력적이다. 호주 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과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 대체 시장을 찾는 기업들에게 호주가 기회로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