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주치의 분쉬박사의 생전 모습.

리하르트 분쉬(1869∼1911, Richard Wunsch)는 위태롭던 고종(1852~1919)의 건강을 유지해주던 독일 출신 주치의이다.

독일인 특유의 치밀함과 세심함으로 유효성 높은 치료능력을 보였다. 고종은 조선 임금의 평균수명(46세) 보다 무려 20년 가까이 더 살았다. 분쉬의 보살핌 속에 고종은 독일 등 유럽외교관과 독일 클래식 음악, 커피를 함께 즐기며 일본에 당한 마음의 고통까지 잊었다.

분쉬는 환관, 관리, 한국 주재 외국인 등도 진료했고, 콜레라가 발생하자 방역위원으로서 백성들이 신음하는 현장을 누비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1905년 고종실록은 ‘궁내부 의사 분쉬가 여러 차례 성과를 많이 거두었으므로 특별히 훈삼등(勳三等)등에 서훈하고 팔괘장(八卦章)을 하사하라’고 적었다.

1905년 한국을 떠났지만, 한국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후손들은 분쉬의 유품을 기증했다. 분쉬의 두 손녀 게지네 펠렉스씨와 우테 클라센씨는 베링거인겔하임과 한국의학회가 ‘분쉬 의학상’을 제정(1990년)한지 10년뒤 방한했다가 동은의학박물관에 전시된 할아버지 사진을 본 후 소장품 기증 의사를 밝혔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이를 연결했다. 2004년말 분쉬의 수술기구를, 2010년 어의 임명장, 여행허가증, 진료기록수첩, 환자진료사진 15장 등 유품을 한국에 보낸 것이다.

분쉬의학상은 한국 의학자들이 가장 받고 싶은 상이다. 최근 시상식이 열린 올해 29회 수상자는 서울대의대 내과학 구본권 교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조성권 연구교수, 서울대의대 방사선종양학 이주호 진료교수였다.

분쉬의 한국사랑, 독일과 한국간의 우정을 매개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스테판 월터 사장은 “앞으로도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대한의학회와 함께 한국의 우수 의학자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