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 횝고에 따른 수급 상황 개선
- 낸드 시장, 삼성전자 독주 체제 강화될 전망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2020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재고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하락폭이 컸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최근 보합세를 보이거나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D램은 내년 상반기부터는 공급 부족 현상까지 예상됨에 따라 올해 고전했던 국내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5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D램 가격(DDR4 8Gb 1Gx8 2133MHz 월말 가격 기준)은 최근 1년 새 1/3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하락폭을 줄이며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 저점을 확인한 D램은 가격 하락폭 둔화에 그치고 않고 수요가 회복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D램 수요 회복은 서버 수요 재개와 5G 스마트폰 본격화의 영향이 크다.
불황으로 진입하기 직전인 지난해 3분기에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10~12주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상 재고 수준(약 4주) 대비 매우 높았다. 이후 4분기부터 서버 업체들은 D램 주문을 급감시켰다.
이후 약 1년에 가까운 서버 수요 공백으로 데이터센터 보유 D램 재고는 다시 4주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올 3분기 서버 D램 주문량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데이터센터의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마무리되고 CAPEX(capital expenditure, 설비투자 과정에서의 자본 지출)증가율이 다시 회복되면서 2020년 반도체 수요 증가는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4분기 들어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들이 서버 D램 주문을 대폭 증가시켰으며, D램 생산업체들 과 내년 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재개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서버 수요 재개와 함께 5G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도 D램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요소다.
내년에는 5G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모바일 D램 탑재량 증가가 기대된다. 5G 스마트폰은 1억대당 약 1.4%포인트의 D램 수급 개선 효과(4G·5G 교체 시 탑재량 2GB 증가 가정)가 기대된다.
2020년 전세계 5G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3개월 전 약 5000만대에서 최근 약 2억5000만대로 5개 가량 크게 상향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1 전 모델을 5G로 출시할 가능성이 있고, 애플은 내년 하반기에 출시되는 신규 아이폰 세 모델을 모두 5G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올 연말에 5G 상용화 후 내년에 5G 스마트폰 소비 진작을 위한 보조금 지급 확대 여부가 주목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버 수요 재개와 5G 스마트폰 침투는 2020년 D램 수요에 강한 모멘텀이 될 전망”이라며 “2019년 대비 각각 2~3%포인트 내외의 전년 대비 수요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D램 수요 증가율은 18~2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위 업체와의 격차를 벌리며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후발업체간 이익률 격차가 역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후발업체들이 고정비 증가를 상쇄하는 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낸드 이익률 격차 확대는 1위 업체인 삼성전자에게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초과를 발생시키지 않고 수익성을 추가적으로 개선시키면서, 점유율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낸드 CAPEX는 올 4분기부터 재개되고 있다. 내년 삼성전자의 3D 낸드 장비 발주 규모는 월 5만Gb로 전망되고, 내년 1분기 낸드 수요 폭에 따라 그 규모는 추가 확대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 외 낸드 업체들은 이익률이 크게 저하돼 있다. 후발업체들은 고정비에 추가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낸드 CAPEX를 공격적으로 진행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낸드 턴어라운드 구간은 삼성전자에게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