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 환원 때마다 판매량 급감
지난 1년 6개월간 국내 자동차 시장의 내수 진작에 기여했던 개별소비세 인하가 이달 말 연장 논의 없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개소세에 대한 한시적 인하(5%-〉3.5%)가 이달 말 일몰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시행 후 6개월씩 총 두 차례 연장되며 1년 6개월간 이어졌다. 하지만 개소세 인하 일몰이 3주가량 남은 최근까지도 관련 내용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소세 인하 효과를 더한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으로 시장을 지탱해오던 자동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개소세 인하가 연장없이 일몰되면 당장 판매 절벽에 내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 종료 후 기존 세율로 복귀할 때마다 판매량이 급감하는 일을 여러 차례 겪은 바 있다. 지난 2015년 9~12월, 3.5%의 개소세 인하가 적용됐다가 2016년 1월 다시 5%로 환원되자 완성차 5개사의 판매대수가 전월 대비 39.9% 급락했고, 수입차 판매도 33.4% 줄었다. 2016년 6월에도 6개월 연장된 개소세 인하가 다시금 종료되자 한 달 만에 시장은 두자릿수 감소세로 돌아섰다. 완성차 5개사는 전월 대비 24.8%, 수입차는 32.9% 판매량이 폭락했다.
업계에선 신차 출시 여부 및 공급물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에도 판매 절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개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만큼, 소비자 체감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완성차 업체들의 위기감이 더욱 크다. 실적하락을 뒷받침할 신차가 마땅치 않아 개소세 환원시 타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4개사의 내수 시장 성적은 전년대비 마이너스였다. 현대차만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9% 증가한 가운데, 기아차는 3.8%, 쌍용차는 1.3%, 르노삼성은 3.4%, 한국지엠은 18.4% 가량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다. 그나마 기아차는 지난달 출시된 K5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갈 여지가 남아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신차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국내 소비자들이 개소세가 인하된 가격에 익숙해져 있어, 개소세가 5%로 복귀된다면 원 상태로 돌아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졌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성비 좋은 양질의 신차가 없는 3약(쌍용·르노삼성·한국지엠)은 개소세 인하 일몰 후 판매 절벽에 내몰릴 것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더 이상의 개소세 인하 연장은 삼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동안 개소세 인하라는 내수 진작 카드를 반복해 써오며 소비자들 입장에선 ‘조금만 기다리면 또 인하할 텐데’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됐다”며 “언제까지 개소세를 인하할 수도 없는 만큼 개소세 인하 카드는 신중하게 써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