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미래 비전 제시 유임 배경 해석…그룹 사장단 세대교체 사실상 마무리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헤럴드] |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SK그룹이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안정 속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최태원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인방이 모두 유임된 가운데, 젊은 50대 임원들의 인사를 단행하며 CEO에서 임원진까지 그룹 전반의 세대교체를 지속해 나갔다.
SK그룹은 지난 5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관계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사항을 최종 확정했다.
SK측은 "주력 관계사 CEO의 경우 큰 변화없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기반으로 하되, 각 사별 부문장급 임원들의 경우 세대 교체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딥 체인지의 실행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올해 인사는 주요 CEO 교체나 임원 규모 등에서 안정적 기조 유지 아래 신성장 관련 임원 및 여성임원 규모를 확대했다”며 “이번 인사는 행복경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사람과 조직의 재설계 라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의 재신임이다. 세 CEO 모두 각 사업부문에서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며 성과를 거둔데다,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유임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김준 사장의 유임이다. 재계 일각에선 김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사와의 소송전 국면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그룹의 방침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유임 배경으로 읽힌다.
또 당장은 이익 실현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석유화학과 배터리 부문의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낸 경영 수완도 그룹 내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그룹 외부 업무가 과중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을 내려놓고 에너지·화학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해당 사업부문 강화라는 미션을 받았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분위기다.
박정호 사장과 장동현 사장의 유임 역시 각 사업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 리더십’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시장의 5G 선점 가속화와 함께 사업 인수합병(M&A)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중간지주사 전환 등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2016년 취임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 온 박 사장은 이번 유임을 통해 ‘글로벌 New ICT 기업’ 구축 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받게 됐다.
최근 각종 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장동현 SK㈜ 사장의 역할도 막중하다. SK(주)는 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 역할과 더불어 최근 뇌전증 신약의 미국 FDA 승인등 제약·바이오 사업에서의 성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ICT산업 환경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모토로 한 투자와 M&A를 거듭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SK그룹 인사는 안정적 성과와 세대교체라는 양대 과제를 모두 고려한 최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해당 사업 부문 CEO들의 공격적 경영이 점쳐지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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