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검토’ 틀 깨고 효율성·책임감 ‘UP’
부서 간, 직급 간 벽을 허물고 직원들이 한 주제를 두고 자유 토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공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서울시설공단 제공] |
“우리 공직사회의 문제는 순환보직이죠. 업무를 좀 파악하려 하면 다른 곳으로 가고…. 심하게 얘기하면 매번 초보운전자가 고난도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겁니다.”
조성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통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대학, 연구소, 타 기업 등과 협업을 통해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제약회사, 벤처기업, LG그룹 등이 도입해 운영 중이다.
공단은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개념에 공공기관이자 시설공단만의 특수성을 반영한 ‘서울시설공단 오픈이노베이션’ 제도를 개발, 지난 7월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했다. 조 이사장이 7월 취임 이후 만든 제도이니 ‘조성일형 오픈이노베이션’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공단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보직, 부서간 장벽을 없애 직원들이 주요 이슈를 두고 열린 토론을 하고 선진 사례 분석을 공유해 개선점을 도출하는 흐름이다. 참여자들은 사전에 주제와 관련한 국내외 학술자료를 조사한다. 미리 조사를 진행하므로 회의 때에는 사안의 핵심으로 직행,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하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보고, 검토 등 정형화된 의사 결정 방식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직원 스스로 의사 결정을 내므로 직원은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선 기술 분야에서 시작했다. ‘보다 안전한 자동차 전용도로 교량 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1차 과제로 정했다.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서울의 11개 자동차전용도로를 관리하고 있는 공단은 현재까지 9차에 걸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미국 내 교통담당 기관의 선진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미네소타주, 버지니아주, 텍사스주 등 교통국으로부터 직접 교량 점검 가이드라인을 공유받고, 서울과의 사례를 비교 분석 중이다. 공단은 이를 거쳐 나온 개선점을 서울의 교량 실정에 맞게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어 서울어린이대공원, 고척스카이돔 등 공단이 운영하는 다양한 시설 관리에 관해서도 오픈이노베이션 제도를 적용해본다. 내년에는 대학, 연구소, 민간기업 등 외부와도 협업할 계획이다.
새로운 제도에 특히 젊은 직원들이 반긴다. 조 이사장은 “공단 직원들이 직접 미국 주교통국에 메일을 보내고 전화 통화로 자료를 얻어서 발표를 하는데, 1000페이지 분량의 영문자료를 요약하고 발표하는데 2주일 밖에 걸리지 않더라”며 “공단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다. 공단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