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제약·바이오인들은 2019년을 잊을 수가 없다.
이 분야가 미래형 자동자,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걸출한 우리 산업의 희망코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빅3’에 선정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어쩐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던 몇몇 바이오기업이 끝내 한계를 노출하고 급전직하 고꾸라졌다. 허가받은 신약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이 수천명 투약 이후 밝혀지고, 어처구니 없는 임상실수를 범한 미꾸라지 기업이 열심히 잘 하던 99% 제약·바이오 기업의 이미지까지 흠집 냈다.
대형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는 더욱 늘어 신기술 수출의 연타석 홈런이 터지고, 밤잠 못자고 일하던 건실한 새내기 바이오벤처들이 업계 젊은피 수혈의 대열에 대거 합류해 국민들을 흐뭇하게 했다.
좋은일도 많고 나쁜 일도 많았기에 2019년 12월 연말, 제약-바이오 업계엔 세 개의 풍경이 그려졌다. 내부 물갈이 인사를 내 분위기 일신하고, 기업의 사회공헌이 줄을 잇는 것은 늘 그랬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산-학-연-병-정 협업도 모자라, 퇴사한 사람들까지 모아 지혜를 확장시키는 홈커밍데이가 잇따르고, “열심히 일한 당신 여행 떠나라”면서 남들 휴가갈 때 휴가 미룬 임직원들에게 열흘에 육박하는 장기휴가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배고픈 유망 새내기들은 내년 세계적인 경기회복기를 기대하며 연말연시를 상장의 적기로 보고 IPO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풍경은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의 다다익선, 숫자만 보아도 힘이 솟는 2020년 대비 ‘장기 휴가 대방출’, 여전히 배고픈 건실 새내기 기업들의 ‘히딩크-박항서 파워트레이닝’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연속 업무가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휴가를 못쓰는 경우가 많자, 근년들어 연말 장기휴무를 실시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이 늘고 있다. |
▶“고생많았다, 떠나라. 약 만들다 약값 더 들라”= 의약품 연구 개발과 건민을 위한 보급 과정이 끊길수는 없다. 그래서 제약사 직원들은 미리 휴가를 잡기가 쉽지 않다. 미루다 미루다 한해를 넘기는 일이 많아지자 휴가저축제 비슷하게 연말 몰아쓰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여름엔 짧게 겨울엔 길게이다. 고생한 직원들을 위해서라면 공장 좀 닫으면 어떤가 하는 통큰 배려이다.
동화약품은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8일간 휴무한다. 이미 2015년부터 ‘시공간초월 근무제 (AAFW)’를 도입했고, 이번엔 업그레이버전으로 일주일 이상 회사 문 닫을 지경으로 직원들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보령제약도 비슷한 기간 장기휴무를 실시한다. GC녹십자, 한미약품, 동아ST,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등 상당수 제약사는 이미 이같은 장기휴무를 몇해전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올해는 근무일 기준으로 26일부터 31일까지 4일간이지만 실제 공휴일 주말을 합치면 8일간 쉬게된다. 2-3일 연차를 추가하면 열흘 이상 쉴수도 있다.
▶“히딩크-박항서감독 처럼 아직도 배고파요”= 10일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치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이 대회 60년만의 베트남 우승은 물론이고, 베트남 축구의 더 높은 곳을 내다본다. 월드컵 4강신화를 이룬 히딩크 축구대표님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했던 박 감독은 그러고보니 배고픈지 벌써 20년가까이 돼 간다.
새내기 제약-바이오기업들은 20년 동안 매출이 미미한 선배 바이오와는 다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오는 20일 상장할 예정이다. 올 여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로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홈런을 쳤다. 또다른 신약물질 BBT-401은 2015년 10월 도입 후 9개월의 전임상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대웅제약에 아시아 판권을 이전했다.
신테카바이오는 바이오와 IT를 융합한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16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최근 AI신약개발사와 제약사의 공동연구 건수가 급속히 증가하는 특징에 착안, 다양한 제약‧바이오업체와의 AI신약후보물질 발굴에 나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사는 CJ헬스케어, JW중외제약 , 카이노스메드, 레고켐등 다양한 제약‧바이오 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당당히 수평적 협업 중이다.
19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테라젠이텍스 관계사 메드팩토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신 항암제 개발 트렌드에 부합한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후배들에게 지혜를 주세요”= 대웅제약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지오영 본사에서 대웅제약 퇴직사우 모임인 ‘웅비회’ 송년의 밤을 열어 전현직 임직원의 소통 및 화합 시간을 보냈다. 웅비회는 회사 발전에 기여한 퇴직사우를 예우하고 현직 후배들과의 소통을 통해 회사의 미래 발전 기여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윤재춘 대웅제약 사장은 “대웅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선배님들의 업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도 모자라 퇴직한 전직 임직원들의 충고까지 듣는 제약사들이 많다. 대웅제약 퇴지사우회 송년회. |
GC녹십자도 퇴직 사우 녹우회 초청행사를 가졌다. 장소는 경기도 용인 GC녹십자 R&D센터에서였다. 현직은 전직에게 회사활동을 보고하고, 발전의 지혜를 구했다. 허일섭 GC 회장은 “지금까지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주신 선배님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발전 방향에 대해 논할 수 있어 기쁘다”며 “모두의 열정과 헌신을 이어 받아 더욱 가치 있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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