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표시 없는 부분 다수...‘발췌정리’ 쓰고 그대로 가져와
추미애 측 “논문작성 기준이 정비 되기 전이다” 해명… 사실상 표절 인정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2003년 연세대학교에 제출한 석사논문. [사진=이원율 기자] |
[헤럴드경제=김성우·이원율 기자] 추미애(61·더불어민주당·서울 광진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03년 재선 의원 당시 작성한 석사 논문이 이미 나왔던 다른 논문을 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추 후보자 측은 “논문이 나간 2003년 당시는 연구윤리지침 등 학계의 논문작성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 해명했다. 사실상 논문 표절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추 후보자의 논문에 사용된 문장이 타 논문의 문장과 겹치고 연구자의 독특한 시각이 들어가야 할 결론 부분에서도 표절 의혹 부분이 나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헤럴드경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추 후보자는 지난 2003년 12월 연세대학교 경제학 석사 논문으로 ‘WTO 하의 한국 농촌발전 전략 연구, 농촌 어메니티 개발을 중심으로’를 작성·제출했다. 이 논문은 그러나 논문 중 상당 부분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국립농업과학원(당시 농업과학기술원)이 각각 2001년과 2002년에 낸 논문과 쓰인 문장 등에서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환경과 어메니티, 그리고 농업·농촌 정비’을, 국립농업과학원 논문은 ‘농촌 어메니티 보전 및 관광자원화 방안’ 학술대회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추 후보자의 논문은 A4 용지 기준 125쪽에 이른다.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은 60개 가량으로 이 중 상당수는 별 다른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일부 단어만 동의어로 바꾸는 등 ‘복사·붙여넣기’를 기반으로 한 문장으로 확인됐다.
특히 추 후보자의 독창적 의견이 담겨야 할 결론 부분에도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이 다수 발견된 것은 전문가들도 문제라고 지적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추 후보자의 논문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작성한 학술대회 결과 보고서 내용 가운데 한 문단이 똑같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의미의 단어와 문장의 어미만 수정하거나 단어 바꿔치기를 한 구절도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추 후보자의 논문에 사용된 ‘경관을 유지하고 지역의 환경을 보전 혹은 개선하기 위해 농업을 지속시키는 것이 필요하고’와 ‘어느 나라도 기본 식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기를 바라지 않으므로 국내의 식량자급 정도에 대한 정치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부분 등은 타 논문에서 동일하게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부분이다. 추 후보자의 논문이 2003년에, 타 논문이 2001년과 2002년에 각각 작성된 것으로 미뤄, 추 후보자가 타 논문을 출처 표기 없이 인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추 후보자 측인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헤럴드경제에 보낸 입장자료를 통해 “2003년 석사학위논문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의정활동 등을 바탕으로 WTO하의 농촌발전 정책에 대한 후보자의 진지한 전략 구상과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면서 “2003년 당시는 연구윤리지침 등 학계의 논문작성 기준이 정비(2007년 2월)되기 전이다. 일부 문제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및 현재의 기준을 바탕으로 논문을 검토한 후 말씀드리겠다”라고 해명했다.
연구윤리전문가들은 해당논문의 다른 논문 인용 수준이 잘못됐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윤리전문가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2003년 당시의 연구윤리 잣대를 현재적으로 판단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른 논문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고, 인용표기 등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은 표절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지정 연구윤리정보센터 센터장인 이인재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논문의 중요한 내용들을 한 단락이상 그대로 가져오거나, 조금만 바꾸고 가져오는 것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는 결론부분은 특히 논문에서 연구자의 독특한 관점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이런 부분에서 표절이 있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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