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2% 밑돌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PA] |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일(현지시간) 현행 1.50~1.75%인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올들어 세차례(7, 9, 10월)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 행진이 끝났다. 연준은 미국의 양호한 경제상황과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며, 내년에도 현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놨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현 상태의 통화정책은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 목표 근방의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은 “노동시장은 강하고 경제활동은 적정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며 “일자리는 최근 몇달 간 평균적으로 견고하고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 지출이 강한 속도로 증가해 왔지만, 기업 고정투자와 수출은 약한 상태로 남아 있다”며 “12개월 기준 전반적 인플레이션과 식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결정 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낮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력을 감소시킨다”며 “낮은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특히 경제전망과 관련, 지난 번 성명에 포함됐던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문구를 이번에는 삭제했다. 또 내년 경제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를 통해서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연준이 미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 내년까지 저금리 기조의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CNN은 “연준이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속에서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할 수 있는 일련의 금리 인하 조치를 중단했다”며 “시장의 기대와 일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CNBC는 “연준이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은 상황에서는 금리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며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무역 갈등과 글로벌 경기침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내년 연준에 최소 한번의 금리 인하하도록 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만큼 내년 11월 미국 대선도 연준엔 ‘결단’을 요구하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월가 투자자와 대부분 경제학자는 연준이 다가올 몇 달 간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투자자들은 대선 전인 6월이나 9월 한 번 더 금리를 인하하는 쪽에 표시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