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완공 2라인 2단계 투자
日 소재업체는 한국에 공장 추진
SEMI, 장비 매출 내년 반등 전망
2014년 완공돼 낸드플래시를 생산 중인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1라인 전경. |
반도체 경기 바닥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주저하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투자 지갑을 열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2공장에 9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일본 장비·소재 업체가 수백억원을 투입해 한국에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반도체 업황 개선에 무게가 쏠린다. 내년 5G(5세대 이동통신) 확산과 자동차 전장화 등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에 대비한 선제 투자로 해석된다.
▶삼성, 中 시안 2공장 9.5조원 추가 투자=13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2라인(공장)에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강봉용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최근 왕하오 시안시 위원회 서기 등을 만나 “삼성전자가 2012년 시안에 정착한 이래 시안시위원회, 시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프로젝트 1차 생산은 양호하게 진행했고, 2차 1단계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에 2차 2단계 80억달러 프로젝트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다.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수요처이자 글로벌 모바일·IT업체의 생산기지가 집중된 중국 내 공급을 위해 건설됐다. 1라인은 2014년 108억달러(12조8000억원)를 투입해 완공됐으며, 2라인은 2017년 1단계로 70억달러(8조3000억원)를 투자해 내년 초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번 추가 투자는 2라인의 2단계 투자로, 2021년 완공이 목표다. 이로써 시안 2라인 총 투자액은 150억달러(17조80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안 2라인에서는 3차원 구조로 만든 V낸드플래시가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100단 이상의 셀을 쌓는 6세대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중국 추가 투자에 대해 낸드 재고 소진이 빨라지는 업황 회복을 염두에 둔 ‘초격차’ 승부수로 보고 있다.
빠른 재고 소진은 가격에도 반영됐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7월 반등에 성공한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의 11월 가격은 4.31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전달인 10월에는 올들어 가장 큰 상승폭인 4.87%를 기록하기도 했다.
▶日반도체 소재업체는 한국에 공장…장비소재도 ‘들썩’=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 공장 대규모 증설을 결정했다면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는 역으로 한국에 공장 설립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량 증가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석영유리 생산업체 도소(Tosoh)는 최근 서울 근교에 수십억엔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석영유리는 반도체 전(前) 공정에서 웨이퍼 고정에 쓰인다. 도소의 석영유리 세계 점유율은 20~30%에 달한다.
도소는 내년 3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2021년 본격 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초기 투자액은 수십억엔이고 생산량은 미정이다.
도소는 한국으로 수출되는 석영유리를 일본에서 생산해왔다. 그러나 향후 5G나 자동차 전장화를 위한 반도체 장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반도체 제조사가 집중된 한국에 공장을 세워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전체 반도체 시장의 ‘바로미터’인 반도체 장비·재료 시장 회복세도 반도체 업황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내년 반등에 성공해 2021년 신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올해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 644억달러에서 10.5% 감소한 576억달러로 추산됐다. 다만 내년에는 이보다 5.5% 증가한 608억달러를, 2021년에는 668억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SEMI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및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투자, 중국의 신규 프로젝트, 그리고 크진 않지만 메모리반도체 분야 투자가 내년 장비시장 회복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