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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자경 LG 명예회장 내일 발인]화학·전자산업 기틀 마련…‘럭키금성’→‘글로벌 LG’ 이끈 ‘거목’
초등교사에서 부친 부름에 락희화학 입사…현장 누빈 ‘공장 지킴이’
기술보국 일념 연구소 설립…회장재임 25년간 매출 1150배 급성장
민간기업 최초로 IPO로 자금조달…고객가치 중심 경영 적극 도입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 [LG그룹 제공]

지난 14일 타계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화학과 전자 산업 기틀을 다지고 ‘럭키금성’을 ‘글로벌 LG’로 이끈 재계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 명예회장이 LG그룹 회장(1970년~1995년)으로 재직한 25년간 매출은 무려 1150배 증가했고 임직원수는 2만명에서 10만명으로 5배 늘었다. ‘기술입국(技術入國·기술이 서야 나라가 선다)’을 일념으로 과감한 혁신경영을 통해 19인치 컬러TV, 공냉식 에어컨, 전자식 VCR, 슬림형 냉장고 등 국내 최초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취임 당시 매출 260억원을 1994년 말 기준 30조원대로 끌어올렸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호랑이 선생님’에서 전자·화학산업 기틀 마련한 기업가로=구 명예회장은 본래 초등학교 교사였다. 1925년 경남 진주에서 LG 창업주인 구인회 선대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구자경 명예회장은 1950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그룹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주식회사(현 LG화학) 이사로 경영에 첫발을 디뎠다.

구 명예회장은 1995년 장남인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기까지 45년간 LG에 몸담으며 ‘럭키금성’ 신화를 썼다.

구미 공장을 비롯해 현재 LG의 국내 주요 생산거점이 되고 있는 전자 및 화학 분야의 수많은 공장을 건설하고 70여개 이상의 기술개발 연구소를 짓는 등 전자·화학 산업 강국의 기틀을 닦았다.

1975년 금성사 구미 TV생산공장에 이어 1976년 국내 최대의 종합 전자기기 공장인 창원공장을 건립했다. 1983년부터 1986년 말까지는 미래 첨단기술시대에 대비해 컴퓨터, VCR 등을 생산하는 평택공장을 구축했다. 현장을 중시하던 구 회장은 직원들과 숙식하는 ‘공장 지킴이’로 불리기도 했다.

화학분야에서는 1970~1980년대 울산에 8개의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면서부터 종합 화학회사로 발돋움을 본격화했다. 또 전남 여천 석유화학단지에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PVC레진,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 납사(나프타) 분해공장 등을 구축해 정유(당시 호남정유)부터 석유화학 기초유분 및 합성수지까지 석유화학 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럭키 여천공장 가동은 70년대까지 가공산업 위주였던 국내 화학산업을 석유화학 원료산업으로 전환하는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한 석유화학 산업에서 수입에 의존하던 원료를 직접 생산하게 됨으로써 석유화학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 부친인 구인회 창업회장이 플라스틱 사업에 전념하고자 지난 1954년 완전히 철수했던 화장품 사업으로의 재진출을 결정하고, 청주공장에 국내 최대 규모의 화장품 공장을 건설하여 창업 당시의 사업영역이던 화장품 사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고객결재’ 칸 설치…투명 정도경영 선구자=구자경 명예회장은 기업의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선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 혁신가였다.

구 명예회장은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업을 공개해 기업을 자본 시장으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했고, 국내 최초로 해외 생산공장을 설립해 세계화를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 기업경영의 질적인 성장 사례를 끊임없이 제시해 왔다.

특히 물건을 만들면 팔리던 시절이었음에도 고객중심 경영이념을 제시하며 재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결재 서류의 회장 결재 칸 위에 ‘고객 결재’ 칸을 만들고 회의실마다 ‘고객의 자리’ 마련하며 고객가치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또 재임 기간 국내외 연구소를 70여개 설립하고 중국, 동남아시아, 동유럽, 미주 지역 등에 LG전자와 LG화학 해외 공장 건설을 추진해 글로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구 명예회장은 인재경영과 인화를 강조한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국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사람 만이 경쟁력이라는 ‘강토소국(疆土小國) 기술대국(技術大國)’ 철학을 가조했다. 또 “인화단결의 이념은 세계화의 전략경영 시대에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적 바탕”이라며 노사(勞使)를 노경(勞經)으로 바꿔쓰면서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소통과 화합으로 이끌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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