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한국지엠은 ‘공회전’
올 생산량 400만대 밑돌수도
국내 자동차 업계의 노동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4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1월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생산량은 총 361만30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67만1773대)보다 1.6% 감소했다.
11월 한 달간 생산량은 34만6379대로 같은 기간 11.3% 줄었다. 35만5149대를 기록한 전월보다는 1.4% 줄었다. 연간 400만대 생산을 위해선 적어도 월평균 36만대를 넘어야 하지만, 올해 월평균 실적은 34만대에 머물고 있다.
또 지난 2005년 세계 5위였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멕시코에 이어 7위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403만대로, 1차 협력사 매출 규모는 71조원으로 5년 만에 약 8.5% 하락했다. 고비용 저생산 구조의 고착화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판을 닫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추락세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저조한 판매량에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 내재한 노조 리스크가 가동률을 전반적으로 끌어내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의 무파업 임금협상 타결이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곳곳에서 파열음이 거듭되고 있다.
기아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 연내 타결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 13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는 2만7050명 가운데 1만5159명(56%)이 반대해 부결됐다.
노사는 기본급 4만원 인상과 성과 및 격려금을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고 설명했으나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소한 만큼 현대차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조합원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신임 노조 집행부의 공약사항이었던 우리사주 15주도 빠진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기아차 노사는 이번 주 추가 협상에 나선다. 조합원의 목소리를 담은 새 요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결 시기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차 공백이 올해 3분기 이후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는데 임단협이란 돌발 변수가 이를 가로막은 형국”이라며 “노사 갈등으로 셀토스, 모하비, K7에 이어 최근 출시한 K5까지 출고 적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노사간 협상은 여전히 공회전 중이다. 부산공장의 생산 절벽이 현실화한 가운데 신차 ‘XM3’의 수출 물량 배정마저 불투명하다.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국내 자동차 전체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올해 임금교섭을 위한 집중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사측은 지난 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권한을 행사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계없이 대화 채널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추진 중인 ‘1교대체 전환’은 협의 중단에 이어 차기 노조 집행부에 일임됐다. 앞서 창원공장은 물량 감소로 이달 23일부터 2교대제를 상시 1교대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차기 집행부가 이미 꾸려져 협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협력업체 계약기간인 이달 말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은 급변하는데 정부의 친노동자 정책 아래에서 국내 투자 여건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연간 생산량 400만대가 붕괴되면 제조사보다 자금력이 취약한 부품 협력사들이 가장 먼저 벼랑 끝에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