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침체가 인력축소 현실로
SK케미칼이 화학사업 부문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올 들어 글로벌 화학 산업의 ‘슈퍼 사이클(초호황)’이 한풀 꺾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외형을 줄이고 내실을 다져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이미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등 국내 산업계 곳곳에서 인력 감축이 현실화하면서 업계 전반으로 도미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지난주부터 그린케미칼(Green Chemicals) 사업부문 일부 사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통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화학사업을 하는 그린케미칼 사업부와 제약 및 백신사업을 하는 라이프사이언스(Life Science) 사업부로 나눠져 있다. 이번 인력 감축은 그린케미칼 사업부에만 한정해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원 규모에 목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며 매년 한자릿수로 실행되는 일반적인 조정”이라며 “아직 결정되거나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화학 산업의 ‘다운사이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슈퍼호황을 누렸던 화학업계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고, 중국 등에서 무리한 증설을 단행하며 공급 과잉을 초래해 화학 산업 침체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인력 축소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회사들이 생산에 투입하는 비용 중 인건비는 극히 적은 부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회사가 그 비용마저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이번 조치를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SK케미칼의 조치에서도 인력 감축은 화학사업을 하는 그린케미칼 사업부에서만 이뤄진다.
SK케미칼은 올해 3분기 영업익 27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4% 감소했다. SK케미칼은 합성수지 제조 자회사 이니츠의 영업이익 악화를 실적 축소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앞서 SK케미칼은 최근 사업구조조정 및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전통적인 화학 산업인 폴리에스터 중심에서 친환경, 고부가 소재 산업, 바이오·제약 사업 중심 회사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 시황이 지속적으로 좋지 않아 이같은 구조조정이 다른 화학업계 전체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라면서 “실제로 유사 업종인 정유업계에선 GS칼텍스가 최근 희망퇴직을 상시화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