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는 냉정하다. 가격만 싼 ‘비지떡’이나 디자인은 잘 빠졌는데 성능은 조악한 ‘예쁜 쓰레기’에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기아자동차의 3세대 신형 K5가 본격적인 사전계약에 돌입한 이후, 기자에게 지인들의 구매 상담이 쇄도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3세대 K5는 외관만 번지르르한 졸작일까? 이제는 지인들에게 말할 수 있다. 시승을 통해 확인한 신형 K5는 ‘잘’ 생긴 내·외관만큼이나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기본에 충실한 차였다.
지난 12일 신형 K5의 운전대를 잡고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호텔부터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마을까지 왕복 160㎞를 달리며 차량의 성능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의 시승 모델은 1.6 가솔린 터보였다.
주행에 앞서 살펴본 신형 K5는 ‘사람 보는 눈이 다 비슷하다’는 박한우 기아차 사장의 말대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디자인이었다. 차량의 길이와 넓이를 각각 50㎜, 25㎜씩 늘리고, 높이는 20㎜ 낮춰 역동적인 비례감을 한껏 살렸고, 그릴 상하단의 돌출부위로 ‘타이거 노즈(Tiger Nose)’를 표현하던 기존 패밀리룩을 ‘타이거 페이스(Tiger Face)’로 한 단계 진화시켜 위압감도 더했다. 특히 ‘호랑이 입’으로 보이는 그릴이 헤드램프 밑까지 파고 들어가, 가로 너비가 확장되면서 차체가 시각적으로 더욱 커보이게 하는 듯 했다.
외관 디자인이 야성적이면서 날렵한 자태를 뽐낸다면, 실내는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었다. 그 반전을 놓고 기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다소 갈렸지만, 개인적으론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면은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쭉 뻗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고급 마감재나, 운전자를 향해있는 10.25인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및 각종 센터페시아 제어장치, 날씨나 시간에 따라 배경이 바뀌는 테마형 클러스터 등이 말하자면 ‘예쁘지만 효용없는 쓰레기’가 아니라 ‘운전자 중심으로 운전 편의를 돕는 배려’처럼 느껴졌다. 이와 더불어 브라운 시트를 고르고 싶어도 아이들이 뒷자리에서 1열 시트를 발로 차 고를 수 없다는 애 엄마·아빠의 아쉬움을 고려라도 한 듯 앞면은 브라운톤, 뒷면은 블랙톤인 시트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차량에 대한 감상을 끝내고 본격적인 시승에 돌입했다.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신형 K5 가솔린 1.6 터보 모델의 최고 출력은 180마력, 최대토크 27.0kgf·m. 초반 가속력이나 시속 100㎞를 넘어선 가속에서도 차량은 나무랄 데 없이 쭉쭉 치고 올라갔다. 곡선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였다.
다만 스티어링휠과 가속페달을 조작하는 느낌이 다소 가벼워 개인적으론 조금 더 묵직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순간적인 가속력이 부족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고속 주행시 풀 액셀을 밟으면 반응하는 속도가 조금 더디었다. 또 운전석과 달리 동승자석의 승차감이 상대적으로 더 좋지 않게 느껴졌는데, 서스펜션이 딱딱하게 세팅돼 그런 듯 했다.
엔진소음이나 풍절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고속 주행 시에도 풍절음을 훌륭하게 잡아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옆 사람과의 대화에도 별 다른 지장이 없었다.
아울러 음성인식 기반 인터렉티브 기능의 인식률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기본적인 “운전석 창문 열어줘”, “열선 시트 틀어줘” 같은 지시는 큰 무리 없이 수행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하지만 “운전석 창문 반만 열어줘”, “차량의 온도를 20도로 낮춰줘” 등 디테일한 명령은 이해하지 못해 아쉬웠다.
주행을 마치고 확인한 차량의 최종 연비는 15.8㎞/ℓ로, 복합 공인연비(13.8㎞/ℓ)를 넘어서는 준수한 수준이었다.
한편 3세대 신형 K5의 가격은 연료 및 트림별로 2351만~3335만원이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