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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공간 등장한 넵튠에 깜짝”…현대·기아차 ‘VR 개발 프로세스’ 가동
남양기술연구소 VR 디자인 품평장ㆍ설계검증 시스템 공개
글로벌 관계자 가상공간서 개발 과정 공유ㆍ디자인 변경도
조립성 검증 불량률 감소…개발 기간 15%ㆍ비용 15% ↓
“품질 향상이 궁극적 목표...절감한 비용으로 재투자 선순환”
현대디자인모델개발실 김광현 실장이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 세부적인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정찬수 기자/andy@]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 이들이 모인 가상공간에 현대차의 첫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넵튠’이 등장했다. 품평장 구석에 서 있던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오자 거대한 크기에 일부 참석자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했다. 입체적인 그래픽이 주는 현실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세밀한 외부 디자인부터 아늑한 실내 분위기까지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18일 전날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서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을 활용한 디자인 품평장과 설계 검증 시스템을 공개하고,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버추얼 개발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가상의 자동차 또는 주행 환경에 접목해 개발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작업이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꿀 수 있고 실물 시제작에서 검증하기 힘든 오류를 개선해 차량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현대차 보디기술센터장 양희원 전무는 미디어 공개 행사에서 “현대·기아차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지난 7월 연구개발본부 조직 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했다”며 “그 일환으로 ‘버추얼차량개발실’을 신설해 이번 프로세스를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15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했다. 20명이 동시에 평가 가능하다. 사진은 미디어 공개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VR 품평을 체험하는 모습. [정찬수 기자/andy@]

▶‘세계 최대’ VR 디자인 품평장, 글로벌 관계자 모인다=20명이 동시에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VR 디자인 품평장’이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대표하는 시설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15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품평장을 완공했다.

공간의 제약이 없어 다양한 국가의 관계자들이 한 곳에서 신차를 볼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차량의 실내외를 볼 수 있다.

품평장엔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설치됐다. 이 센서는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감지한다. 평가자들은 가상공간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부품과 재질, 색을 바꿀 수 있다.

양 전무는 “VR 시설을 통해 실물 제작으로 소모했던 자원과 시간을 줄이고, 창의력이 반영된 다양한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지난 10월 공개한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의 디자인 평가부터 품평장을 운용했으며, 앞으로 개발하는 신차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대·기아차 디자인 부문은 조만간 유럽·미국·중국·인도디자인센터 등과 협업해 하나의 가상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평가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아이디어 스케치 등 초기 단계까지 VR 기술을 확대하고, 실제 모델에 투영해 평가하는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남양기술연구소 연구원이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3D 디지털 자동차를 이용해 운전하고 각 부품의 작동 상태와 공력테스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찬수 기자/andy@]

▶VR로 설계 품질 검증…저비용·고효율 차량 개발=현대·기아차는 작년 6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시범 운영해왔다. 이 시스템은 차량 설계 부문에서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 3D 디지털 차량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품질을 평가한다.

현대디자인모델개발실 김광현 실장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자동차와 100% 일치하는 가상의 3D 디지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며 “자동차 운행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해 부품간 적합성이나 움직임, 간섭, 냉각 성능 등을 시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경험한 VR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의 완성도는 뛰어났다. 운전석처럼 마련된 의자에서 디지털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물론 차량을 절개하거나 엔진룸 안의 공기 흐름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다품종, 저비용, 고효율 차량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의 도입으로 신차 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절감되는 비용은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차량검증팀 한명빈 팀장은 “신차를 빠르게 내놓으려는 목적이 아닌 품질 향상이 궁극적 목표”라며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초기 단계의 가상 검증은 시행착오를 줄여 불확실성이 높아진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가 VR을 활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소개 영상 중 한 장면. [현대차 제공]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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