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 일단 수면 아래로
조현아 복귀논란 해소엔 의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크리스마스의 불미스러운 언쟁 이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면서 최근 불거진 한진가의 경영권 다툼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과문 나온 배경은=모자간의 화합으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의 힘겨루기가 마무리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일단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우호 지분의 이탈을 막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족 간의 단합을 꾀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간의 합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로 ‘캐스팅보트’를 쥔 상태다.
일단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우호 지분의 이탈을 막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족 간의 단합을 꾀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남는 불씨=사과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한진가 경영권 갈등의 불씨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조명희 정석고문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공동명의로 나온 사과문 안에 남매간 갈등에 대한 언급은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과문은 가족 간 갈등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모자간 충돌에 대한 사과로 읽힌다”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앞으로 남매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모자의 사과와 별도로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남매간 기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조 회장으로서는 누나의 복귀에 난감한 상황이다. 경영복귀에 동의하면 노조와 국민적 반감이 심해질 것이고 복귀에 반대를 하면 남매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차원에서라도 조만간 가족간의 모임을 통해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조원태 회장의 지분율은 6.52%다. 정석인하학원 등 비영리재단 지분 3.38%가 우호지분이다. 여기에 미국 델타항공이 가진 지분 10.0%도 조 회장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 주총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해선 집안 단속이 필수적이다.
반면, 조 회장이 밝혔던 대대적인 조직 개편 청사진의 방향 전환도 예상된다. 조 전 부사장이 호텔 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보이는 데다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하려 했던 사실도 알려지면서 항공 외 사업의 축소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명품 밀수 협의로 유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집행유예로 구속을 면한 만큼 경영 복귀는 시간문제”라며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의 신년사에 담길 화합의 메시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