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부산에서는 특별한 행사로 기업인들이 분주한 한주를 보냈다. 한국과 아세안(ASEAN) 10개국 간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동시에 베트남, 태국 등 메콩강 인접 5개국과 한·메콩 정상회의도 처음 개최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한아세안 CEO 서밋도 700여명의 경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아세안은 기존 신흥시장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인구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경제규모는 세계 5위다. 최근 5년간 세계경제 평균성장률의 약 2배 정도 성장했다. 40세 이하 청년 비중이 70%에 달하고,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전체 인구의 2/3나 된다. OECD에서도 2030년 세계 중산층 소비의 약 60%를 동남아가 담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세안은 포스트 차이나이자 새로운 생산기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중 경쟁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미국의 대중국 무역조치를 피해 아세안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등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태국 4.0,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등 아세안 각국은 국가차원에서 제조업 고도화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 중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전환도 눈여겨봐야 한다. 인터넷 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고, 스마트폰 사용자도 3억 명에 이른다. 그랩(Grab) 등 10억 달러이상 가치의 유니콘 기업도 생겨났다. 아세안은 공유경제의 실험장이 되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액은 10년간 연평균 50%이상 증가했다.
한국도 아세안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교역상대다. 2018년 교역 규모는 1,600억불로 지난 30년간 20배 이상 증가했다. 태국 최초의 고속도로는 우리 기업의 해외 첫 수주 사례였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며, 총길이가 30km로 브루나이 역대 최대 규모인 템부롱 대교도 우리 기업이 건설 중이다. 민간 교류도 활발하다. 연간 천백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서로를 방문한다. 라오스에서는 최초의 야구리그인 제1회 코이카배 야구대회가 1월까지 진행중이다. 아세안 국민들의 한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아세안과 친밀한 또 하나의 증거가 이번 특별정상회의였다. 자국에서 아세안과 세 차례 이상 회의를 개최한 것은 한국이 최초다. 서밋 연사로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와 아시아전문가 조 스터드웰이 나서 한·아세안이 머지않아 세계경제의 리더가 되고 공동 번영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차원에서의 만남도 늘었다. 아세안 사무총장과 아세안 10개국의 한인상공인연합회간 간담회도 처음으로 열렸다. 물론 아세안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경쟁도 치열한 만큼, 협력 강화를 위한 우리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경험과 자본력이 풍부한 일본, 중국과 달리 인적 문화교류나 경제발전 경험 전수와 같은 소프트 파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10국 10색, 다양성을 가진 아세안의 수요에 맞는 협력 사업도 있어야 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개별 국가와의 FTA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시아는 고대 아시리아제국 말 ‘아수’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수의 뜻은 빛, 일출이다. 빛나는 아시아에서도 지금 가장 빛나는 곳이 어쩌면 아세안이 아닐까. 한국과 아세안이 새로운 30년을 함께 번영하며 세계 경제지형에서 같이 빛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