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봉쇄 등 최악사태 시 정제마진 악화 가능성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중동지역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유가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국제 석유시장에서 이란의 비중이 이미 크게 줄어든 데다 국내 정유사들도 원유 수입처 다변화로 중동 의존도를 낮춰왔기 때문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석유시설 공습 등 최악의 사태로 번질 경우 원유가격 급등으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처를 미국과 유럽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중동발 리스크 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10월 기준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약 6억1500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70.2%를 기록했다. 2016년 85.9%를 기록한 이후 2017년 81.7%, 2018년 73.5%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하는 미주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16년 2.8%(3000만 배럴)에서 지난해 17.4%(1억5200만 배럴)로 크게 뛰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원유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미국이 석유생산량에서 사우디아리비아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면서 국제 시장의 패권이 바뀐 상황”이라며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습 당시에도 국제유가가 3일 만에 안정을 되찾았던 만큼 이번 이란 사태가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지난해 5월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된 이후 안정적인 원유공급을 위해 수입처 다변화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0월 미국 휴스턴에 지사를 열며 북미산 원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미국뿐만 아니라 과거 이란 의존도가 높았던 콘덴세이트(경질유) 수입을 북유럽과 서아프리카 등지로 대체하면서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당장 수급이나 손익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이번 사태가 국제 유가 전체에 미칠 영향은 예의주시 중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테러와 석유시설 공습 등으로 사태가 악화될 경우 정유사의 정제마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판매 수익에서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등을 뺀 값이다.
조 팀장은 “이란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