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원’ 과이도 “헌법에 또 타격”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수 마두로 대통령에 맞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해 3월 지지들에게 연설을 하기 위해 차량 위를 뛰어오르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36·사진) 국회의장 연임을 저지하고 나섰다. 여소야대인 국회 장악을 위한 것이다. 물리력까지 동원했다. 야권은 ‘의회 폭거’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과이도가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과이도 현 국회의장은 1년 임기의 새 의장을 뽑는 이날 경찰의 저지에 막혀 국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마두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루이스 파라 의원이 새 의장이 됐다. 파라 의원은 애초 야당 소속이었지만, 최근 정권과 관련된 부패에 연류된 혐의로 당에서 제명됐다.
국회의장 선거에선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파라 의원은 의장 취임을 강했다. 마두로 대통령도 “국회가 새 의장을 뽑았다”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작년 1월 5일 1년 임기의 국회의장으로 뽑혔다. 정원 167명의 국회는 2015년 총선 이후 야당 다수로 구성됐다. 베네수엘라 국가 기관 중 유일하게 마두로 정권에 장악되지 않은 기관이다.
과이도는 의장 취임 뒤 마두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2018년 대선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유고 땐 국회의장이 권한을 승계하는 헌법에 따라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자처했다.
미국을 비롯한 50여개국은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했다. 과이도는 자연스럽게 마두로 퇴진 운동의 구심점이 됐다.
과이도는 마두로 축출엔 성공하지 못했지만 미국 등 야권의 지지를 바탕으로 의장 연임에 도전했다.
베네수엘라 안팎에선 과이도의 의장 연임은 무난하다고 봤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의 국회 출입 자체를 원천 봉쇄하면서 표결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날 국회를 포위한 경찰은 출입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여당 의원과 친 정부 언론 등만 출입을 허용했다.
과이도 의장은 경찰에게 “베네수엘라 국민을 굶주리게 한 독재 정권의 공범”이라고 비난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야권은 마두로 정권의 ‘의회 쿠데타’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격렬한 몸싸움 탓에 옷이 찢긴 과이도는 “우리 헌법에 가해진 또 한 번의 타격”이라며 다른 곳에서 계속 국회를 주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이도와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베네수엘라에 유일하게 남은 야권 성향 일간지 엘나시오날 본사에 모여 국회를 열었다.
미국도 마두로 정권의 ‘불법’ 행위를 비난했다.
마이크 코잭 미 국무부 차관보는 “후안 과이도의 국회 진입을 불법적으로 가로막은 마두로 전 정권의 필사적인 행동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이날의 ‘표결’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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