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해운·석유화학 등 직격탄
기업들 ‘수출전선 파급력’ 촉각
미국의 이란 장성 암살에 대해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국 기지를 공격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급속히 악화되자 우리 기업들은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수출 전선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항공과 해운 등 운수 관련 업종과 정유사 등 석유 화학 업계다.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는데다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사업 기반 자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 발발 이후 서부텍사스유 국제 유가가 급등해 배럴 당 65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미국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로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들의 이란산 원유 도입이 크게 줄었다.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적다.
문제는 중동이 화약고로 변모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봉쇄가 이뤄질 경우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해상 운송 루트가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크다.
이는 원유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곧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감소와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나 공습으로까지 사태가 악화될 경우 국내업체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도 긴장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당장은 선박 연료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전쟁 상황으로 치달으면 선박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하루하루 변화하는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우회로 확보 등 대응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한다면 컨테이너선의 경우 화물을 다른 항구로 이동시켜 운송할 수 있지만 유조선은 사실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항공업계 역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유류할증료가 인상되면서 여행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리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문병기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유가 급등세가 장기화되면 비산유국의 소비여력이 약화된다”면서 “자동차와 스마트폰, IT 기기 등에 대한 소비가 감소되면서 우리 업체의 수출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코트라는 현지 무역관들로부터 자세한 정세 파악에 나서는 한편 우리 기업에 미치는 단기 영향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