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9일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
삼성그룹의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을 책임질 ‘준법감시위원회’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위원회 구성과 구체적인 운영방안 등이 공개됐다. 위원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이사회와 최고경영자에 대해 강력한 감시 역할을 펼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을 필두로 한 준법감시위원회는 앞으로 주요 삼성의 7개 계열사의 준법 감시 역할을 펼치게 된다.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은 지난 10월 처음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 이후 3개월만이다. 당시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과감한 혁신 ▷횡령 및 뇌물 범죄를 차단할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의 새로운 경영방향인 책임·윤리 경영을 드러내는 첫 구체적인 행보다. 이에 향후 위원회는 삼성그룹의 강력한 준법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의 인사, 지배구조, 노사정책 등에도 영향을 미치며 삼성의 신경영 행보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구성은 김 변호사가 직접 맡았다. 법조, 시민사회, 학계, 회사 등 4개 부문에서 진보와 보수를 어우르는 인사들이 내정됐다.
법조분야에서는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 검사(54·사법연수원 19기)가 내정됐다. 1993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봉 전 대검 차장은 기획·행정·특수·공안 까지 폭넓은 업무를 수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민사회에서는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이 선정됐다. 권태선 내정자는 한겨레 편집국장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은퇴 후에는 시민운동 활동에 참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당시 재벌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고계현 내정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최장수 사무총장을 역임한 1세대 시민운동가다. 지난 1994년 경실련 공채 1기로 시작해 2010년부터 6년간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재벌의 지배구조, 경영권 승계, 노사관계 이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대기업 개혁을 주창해왔다.
학계에서는 심인숙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두 사람 모두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준법경영이나 거버넌스에 관해 비판적 개선의견을 표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 총괄고문이 내정됐다. 이인용 고문은 언론인 활동이 후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을 역임해왔다.
위원회는 이날 구체적인 준법감시 실행 방안도 공개했다. 위원회는 준법감시 프로그램과 시스템의 작동 방안을 마련해 계열사 준법지원인 등에게 자료제출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계열사의 준법감시 개선책에 대해 이사회에 직접 권고를 하고 이에 대한 이행점검도 지속적으로 하기로 했다.
아울러 계열사 이사회가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할 의무를 지게 하되, 만약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적시해 위원회에 통보를 할 예정이다. 위원회가 재요구나 재권고를 한 경우에도 계열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이를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표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이어 때에 따라 법 위반 사안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회사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위원회가 곧바로 신고를 받는 체계 또한 만들기로 했다. 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