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것’ 아닌 ‘공간’…모빌리티 혁명
완성차에 접목 ‘5G 서비스’ 집중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가 개막한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현대모비스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자율주행차 ‘M.VISION-S’를 살피고 있다. [연합] |
[라스베이거스(미국)=정찬수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완성차 제조사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전자제품업체들부터 전장부품 업체들까지 미래차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AI)에서 초연결 시대로 대변되는 커넥티드(Connected) 기능에 이르기 까지 진행되고 있는 기술 경쟁은 업종 간 경계를 허물어 뜨리고 있다. 스마트 기기에 머물렀던 음성 비서는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를 안고 차 안으로 들어왔다. 보쉬는 AI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접목한 기술을 선보였다. 차량 외부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보행자와 주변 환경을 인식한 AI가 차를 멈추고 달리게 한다. ▶관련기사 12면
콘티넨탈은 보닛 아래까지 실시간 영상으로 구현하는 ‘투명 후드’와 스피커가 없는 오디오 시스템인 ‘액추에이티드 사운드(Ac2ated Sound)’ 시스템도 선보였다. 일본 가전의 대표주자인 소니도 ‘Vision-S SONY’라고 명명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이며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했다. 보닛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외형은 박스(Box) 형태의 공간으로 진화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미래차의 ‘닮은꼴’ 형태가 관전 포인트다.
보쉬, 도요타, 현대모비스 등이 전시관에 박스형 모빌리티 콘셉트를 전시한 가운데 현대차가 선보인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가 가장 진화한 형태로 주목을 받았다.
효율성을 높인 구동계를 통해 하부가 바닥에 붙어있는 형태로 제작됐다. 휠과 타이어로 이뤄진 기존 자동차의 구성을 재정립한 형태다. 완전한 전동화로 설계된 덕분에 실내는 생활이 가능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탑승객이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맞춤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서 “모빌리티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궁극의 이동형 모빌리티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투입되는 도요타의 ‘e-팔레트(e-Palette)’ 역시 셔틀의 형태로 디자인됐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현대모비스도 작년에 선보인 ‘엠비전(M.Vision)’의 개선 모델인 ‘엠비전S’를 소개했다. 가상공간 터치 기술을 적용해 손짓만으로 목적지 설정부터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는 형태에서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내를 구성한 것이 핵심이다.
5G 서비스와 결합한 모빌리티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자율주행 시대의 기반이 되는 5G 융합 서비스는 이번 ‘CES 2020’에서 넓어진 성장판을 기반으로 전장 기업과 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을 가속했다.
SK텔레콤은 전기차 제조기업 ‘바이톤’ 차량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해 한국형 모델을 출시하기로 한 데 이어 전장 기업인 파이오니아와 자율주행차의 눈인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다(LiDAR) 상용화를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5G 기술을 적용해 시연한 TCU(Telematics Control Unit·차량용 통신 장비)도 커넥티드 자동차의 변화상을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에 선보인 자율주행 전기차의 범주는 그대로지만, 5G와 AI 등 융복합이 활발해지면서 질적 성장은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며 “먼 미래의 콘셉트가 아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