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와 임원진 모두 서명…‘신뢰와 상생’ 100년 기업 철학 그룹 전반에 이식 과정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삼성전자와 주요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한 준법 감시 경영 프로세스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김지형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이뤄지고 불과 나흘 뒤인 13일 오전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전자의 3인의 최고경영자들은 준법실천 서약식을 갖고 준법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밝혔다. 이날 서약식은 준법감시위가 명백한 한계를 지닌 채 자칫 요식 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불식시키고, 그룹 경영진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이날 서약식이 신뢰와 상생을 핵심으로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새로운 100년 기업 철학’이 그룹 최고경영진에 본격적으로 이식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준법감시위 출범 보여주기식 아니다…신뢰 회복 위한 삼성의 '절박한' 호소=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이뤄진 서약식은 준법경영에 대한 세간의 불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7개 계열사의 사장단들은 구체적으로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 규정을 준수하고 ▷위법 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고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사장단은 준법실천 서약서에 직접 서명했으며, 나머지 임원들도 전자서명 방식으로 동참했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물산도 회사별로 이날 서약식을 열어 준법실천을 서약했으며, 향후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도 순차적으로 서약에 동참해 준법문화 확산에 나서게 된다.
▶ “잘못된 관행 버리자”…이재용 부회장 100년 기업 철학 그룹 전반에 확산=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7개 계열사들은 삼성그룹의 핵심 회사들로 꼽힌다. 경영진들이 준법경영에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함에 따라 그룹 전반의 기업 문화에 대대적인 혁신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서약식이 이재용 부회장이 재정립하고자 하는 100년 기업철학의 본격적인 주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의 100년 기업 철학을 정의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전반을 관통하는 기업 철학을 발표한 건 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된 지 1년 반 만의 일이었다. 그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혁신하며, 함께 나누고 성장하는 기업’ 철학을 선포하면서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날 서약식에 사장단을 포함해 전체 임원이 참여한 데 대해 이 부회장이 언급한 기업 철학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전자의 크고 작은 조직의 책임자는 법과 원칙에 저촉되는 어떤 의사결정이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통제 강화에 대한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해석들과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 수행과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그룹 전반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라며 “단순히 고위 경영진들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삼성그룹 전반의 기업철학과 문화가 새롭게 재정립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