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8.28%로 늘려 ‘3대 주주’ 올라
반도 “한진 만난적 없어…주주의견 수렴”
한진그룹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된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한진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반도건설이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8.28%를 확보하면서 한진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지분율 28.94%)을 제외하면 세 번째로 지분이 많은 주주가 됐다.
그동안 한진칼의 지분 매입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했던 반도건설의 깜짝 선언에 재계 안팎에서는 주주총회를 앞둔 주요 주주들의 합종연횡에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가의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위협해 오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에 이어 가족간의 분쟁 여기에 반도건설의 경영참여 등으로 최악의 경우엔 경영권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반도건설의 입장이 갑자기 바뀌면서 추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건설의 경영참여 왜?=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밝힌 반도건설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는 아직 어떤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지분이 8%를 넘어선 상황이라 주요 주주로서 역할을 고민해야한다는 차원에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취득’에서 ‘경영참여’로 공식 입장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이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특정 대주주에 힘을 실어줄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조양호 한진 회장과 친분을 맺었다. 권 회장은 “한진칼 지분 매입은 투자목적”이라고 설명해 왔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권 회장이 최근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이나 KCGI와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실제로 만난 적 적이 없다고 했다”며 “다만 주총을 앞두고 주요 주주로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것만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최근 반도건설이 지난해 수도권 등 주요지역 택지 매입을 하지 못하는 등으로 향후 주택사업이 계속 축소될 상황을 우려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는게 안팎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추가 확보가 사업 다각화 차원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다고 해서 우리가 대주주가 될 수 없고, 항공산업 진출을 추진하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3월 주총이 끝나고 경영권이 안정되면 주식 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데드라인 ‘3월 주총’…한진가 뭉치나=반도건설의 경영권 분쟁 참여 선언으로 가족간 갈등을 겪고 있는 한진가는 고민에 빠졌다.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수성여부가 최악의 상황에서 불투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가와 특수관계인이 한진칼 지분 28.94%를 보유하고 있다. 이 수치로만 보면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반도건설의 변수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일단 주총까지 다양한 합종연횡의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우선 발등의 불인 경영권 지키기에 가족들이 일단 갈등을 봉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전제조건이 조 전 부사장 등 가족간의 갈등 봉합이다.
조 회장의 ‘패’는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화해의 제스처’인 경영복귀다. 하지만 그룹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제기되는 비판여론를 감내해야한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복귀로 반(反) 한진 정서가 강해질 수도 있고 외부세력들의 합종연횡과 소액주주의 반발도 잠재워야할 숙제다.
조 회장이 가족에게 등을 돌릴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대립이 3월 주총까지 이어지면 반도건설의 향방에 따라 조원태 사내이사 연임 여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이 고문과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반도의 지분이 조 전 부사장으로 흘러들어가면 상황이 조 회장에게 분리하게 돌아간다.
만일 반도건설과 조현아의 협력이 현실화한다면 한진칼에 대한 이들의 지분율은 14.77% 수준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5.31%의 지분을 가진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도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더 낮아진다. 최악의 상황을 보면 KCGI 마저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면 지분의 격차가 거의 나지 않는다.
한진가 지분을 보면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등 4명의 가족이 지분율을 비슷하게 보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의 한진그룹 경영권 수성에 우선적으로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 조원태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주총 전에 경영복귀 약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한·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