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공습이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은 건강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으로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가 하면, 미약한 미세먼지가 있더라도 무조건 마스크를 사용하는 이들도 증가했다. 미세먼지가 시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13일 헤럴드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진행한 ‘미세먼지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신뢰수준 95%, 오차범위±3.10%p)결과 시민 10명 중 1명(12.8%)은 미세먼지 때문에 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0%는 월평균 1~2회 병원을 찾았으며 월 3회 이상 방문한 경우도 10.2%에 달했다. 이들은 건강 이상의 주요 원인이 미세먼지라고 인식해 병원을 찾은 경우다. 미세먼지로 인해 기존 질환 치료차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더욱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1년 간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600만명, 미세먼지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700만명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호흡기질환 사망률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건강통계‘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한국의 호흡기질환 사망률은 2013년 70명으로 2010년 67.5명보다 2.5명 늘었다.
특히 호흡기나 심장 폐 질환을 앓고 있는 노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서울연구원의 ’고령화와 초미세먼지 건강영향‘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초과하는 초미세먼지의 건강상 악영향으로 일찍 사망하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2030년 연간 2133명에 이른다. 이는 2015년 연간 1162명에서 83.6%(971명)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불안감은 일상적인 ’마스크‘ 족을 만들었다. 같은 조사에서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약 20%가 수치와 상관없이 미세먼지가 있을 때마다 착용한다고 답했다. 미세먼지가 농도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을 때만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22.6%로 그 뒤를 이었다. 과반수에 달하는 시민들이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미세먼지 마스크를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2.6%, 전혀 착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1%에 그쳤다.
미세먼지가 정신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의 과학저널 ’환경 보건 관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공기의 질과 우울증의 연관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중국·미국·독일 등 16개국에서 2017년까지 지난 40년간 발간된 조사 데이터를 갖고 초미세먼지(PM 2.5·0.0025㎜ 이하)와 우울증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 1년 이상 초미세먼지 10㎍/㎥ 농도 증가에 노출되면 우울증 발병 위험이 10% 높아졌다.
이소벨 브레이스웨이트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책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공기질 향상이 더 시급한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를 통해 우울증의 약 15%를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