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해법 부족 호소…깨끗한 나라 살고싶다 열망
극심해지는 미세먼지로 이민까지 고려하는 국민이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문제에 정부가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나라까지 등지겠다는 국민의 비율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헤럴드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과 진행한 ‘미세먼지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3.10%p)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이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17.2%를 차지했다.
연령대로 보면 30대의 이민 고려율이 22.4%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대가 19.7%, 40대 17.4%, 50대 10.8%가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22.2%) 경기·인천·강원 (21.2%) 충청 (13.3%) 전라 (13.2%) 경상 (10.6%) 순이었다.
교육이나 생활 문화 등의 요인이 아닌 단순히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이민을 가겠다는 이들이 생겼다는 것은 미세먼지가 삶의 터전을 바꿀 정도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민에 드는 고비용의 부담으로 현실적으로 이민을 구체화 하진 못하지만, ‘깨끗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미세먼지로 불편함을 느낀다는 응답은 70%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 국민들은 일상화된 미세먼지 공습으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31.1%)하는 습관이 생겼고, 마스크를 착용하며(26.2%)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 가전기기를 구입 (21.6%)했다.
가장 불편한 요인으로는 실외 활동 제약(42.4%)이 1위로 꼽혔다. 미세먼지에 따른 건강 악화 (25.5%)도 걱정거리였다. 이밖에도 미세먼지 관련 제품 구매 비용이 증가 (17.5%) 하며 돈 쓸 일도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정신적 스트레스도 늘었다(11.2%).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미세먼지로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생긴 것은 주거의 요건 중의 하나인 ‘쾌적한 환경’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아이가 자라는 동안은 미세먼지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 대기오염 문제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무력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미세먼지는 대기정체 현상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대기오염 물질의 양을 줄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 지구상의 이슈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