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펀드에서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게 개방형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레버리지인데요. 라임은 그걸 다 앞장서서 했던 거죠.”
라임자산운용의 2조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 곳곳에서 경고음은 들려왔다. 실상은 장기자산에 투자하는데도 중도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꾸며 투자금을 모집한 것이나, 레버리지로 돌려막기식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던 시도가 부메랑처럼 투자자들에게 손실로 돌아왔다.
고객에게는 고수익률과 중도환매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실제로는 판매사들의 입맛에만 맞춘 펀드들을 만들어왔던 자산운용사들은 리스크를 철저히 경계했어야 했다.
앞서 라임은 지난해 10월 1조5000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한 데 이어 최근 투자자들에게 추가적인 5000억원의 환매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에 이은 라임 사태까지, 얼어붙은 투자심리에 펀드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은 하루 빨리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을 벗고 정상화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사태는 이미 장기화 국면에 들어선 듯 보인다. 규모면에서도 파급면에서도 ‘국내 최악의 금융사고’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임의 맹점은 투자 구조 자체에 있었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라임은 모자(母子)펀드 운용 방식을 썼다.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모펀드와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를 만들고, 모펀드가 유동성이 낮은 전환사채 등 장기자산에 투자하면서 자펀드를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또는 단기 폐쇄형으로 만들어 투자금을 모집했다. 고객이 투자금을 언제든 회수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줬지만, 실제로는 유동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였던 것이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에서는 ‘개방형’이 독소조항과도 같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기고, 내리면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상환받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메자닌을 발행하는 기업이 대부분 B급 채권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이다. 만기는 보통 3년이고 조기상환 가능 시점도 1년 이상이라 개방형 펀드로는 적합하지 않다.
레버리지 문제도 심각하다. 라임 펀드들은 단기 환매에 대응해 증권사들과 TRS(총수익스와프)를 맺고 유동성을 끌어올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펀드가 손실이 날 경우 증권사에게는 증거금에 대한 우선권이 있어 돈을 먼저 돌려받지만, 개인 투자자는 아니다. 투자자들에게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라임 한 번의 일탈이고, 끝일 것이라 섣불리 예측할 수도 없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전문 사모펀드 업계의 개방형 펀드 비중은 51%로 높고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은 운용사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전조는 분명한데, 라임 사태가 촉발한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자산운용업계의 경고가 무겁게 들리는 이유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