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소폭 오른다면 단기적으로는 한국 수출에 긍정적이나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한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 내놓은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에서 10% 상승하면 수출단가 상승, 산유국의 재정개선, 해양플랜트 수주·인도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3.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출은 세계경기(생산), 환율, 유가 순으로 탄력적으로 변화했다. 탄력성 자체는 유가가 환율에 비해 작지만 유가가 환율보다 변동 폭이 큰 만큼 유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보고서는 유가가 10% 상승 또는 하락하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단가는 각각 7.9%와 3.2%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유가가 소폭 상승할 경우 전체 수출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13대 품목 중 10개 업종에서 수출이 느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제품 ▷디스플레이 ▷선박 ▷가전 ▷자동차 ▷일반기계 ▷섬유 ▷자동차부품 순서로 유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문제는 다만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원유 수입단가 상승으로 수입이 3.3% 증가해 무역수지가 악화된다는 점이다. 특히 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수출도 감소했다. 국내 생산비용이 늘면서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원유수입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 소비자의 휘발유 비용 부담 상승 등으로 인해 세계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우려됐다.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후 하반기 내내 낮은 수준을 이어가던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최근 변동성이 커졌다. 두바이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오른 이후 다시 60달러 중반으로 하락했다.

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채산성 악화,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며 "수출시장과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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