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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화학’에서 시작된 신격호의 롯데
日 유학시절 산업용 오일 ‘첫 사업’…화장품으로 기반 다져
귀국 이후 호남석유화학 인수하며 롯데케미칼의 시작 알려
신동빈 회장 첫 경영 커리어 맡기는 등 각별한 애정도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연합]

[헤럴드경제 유재훈 기자] 롯데그룹이 재계 5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그 기반을 다진 것은 단연 유통·식품·관광서비스 사업의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사업가로서 첫발을 내딛은 것은 일본에서 유학하던 청년시절의 군수용 커팅오일 사업이었다. 와세다대학 화학과 출신인 신 명예회장의 전공이 바로 화학부문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보기도 전에 미군의 도쿄 폭격에 잿더미가 됐다. 신 명예회장의 첫 사업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그가 롯데그룹의 태동을 가능하게 했던 것 역시 화학사업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도쿄에서 두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화학과 출신이라는 전공을 살려 세탁비누와 포마드 같은 화장품 등의 제품을 만들어 팔았고, 이를 통해 기반을 잡은 그는 식품사업으로 롯데그룹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일본에서 롯데를 설립하고 사업을 키워온 신 명예회장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주식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신 명예회장은 식품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해나갔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중화학공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후 일본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철강, 석유화학이 큰 역할을 했던 것을 눈여겨 본 것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1979년 호남석유화학의 지분을 인수하며 석유화학사업에 첫 발을 내딛게된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전신이 바로 호남석유화학이다.

이후 신 명예회장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식품·유통 등에 쏠린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석유화학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86년에는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은 현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의 한국 롯데 첫 커리어를 호남석유화학에서 시작하도록 하며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이 이처럼 각별히 여겼던 롯데의 석유화학 사업은 롯데케미칼의 승승장구로 결실을 맺고 있다. 그룹 전체 순이익의 절반 가량이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 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기준 시가총액 7조700억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8년 기준 각각 16조5450억원, 1조9686억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20위권의 종합화학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북미지역 셰일가스 에탄크래커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31억달러를 투입한 생산설비를 준공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통해 국내 1위, 글로벌 7위의 에틸렌 생산 기업으로 등극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껌, 과자로 상징되던 롯데가 종합화학 사업에서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은 그룹의 미래를 고민한 신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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