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융 지원 요구에 난색
쌍용자동차를 두고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KDB산업은행의 신경전이 시작된 가운데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적자 탈출을 위해 2000억원 이상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마힌드라의 고엔카 사장은 지난주 쌍용차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2022년 흑자 전환을 위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힌드라의 지원금은 이 가운데 2300억원이다. 쌍용차 측은 성과금 반납 등을 포함한 자구안으로 1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나머지 1700억원은 외부 지원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은은 쌍용차의 금융 지원 요구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2대 주주인 한국지엠(GM)과 달리 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고엔카 사장이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금액에 대해 논의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청와대와 여당이 압박하면 산은도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산은의 1000억원 지원에 힘을 실었던 정부측 인사들도 대주주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도 고엔카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의 중장기 비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미래차 전략을 잘 세우고 노사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내부에선 일자리와 관련해 압박하는 움직임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복직해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마힌드라가 2010년에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투자는 대부분 내부 자금으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래차 대비는 부족하다. 쌍용차는 올해 신차 출시 대신 내년 전기차를 바로 출시할 계획이다.
고엔카 사장은 이번 방한에서 직원들에게 쌍용차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투자 계획을 의심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언제 열릴지는 미정이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세운 3년 목표에 맞춰 사업계획을 작성할 예정이다. 관건은 포드와 제휴 성사다. 이 부분이 결정이 나야 사업계획도 만들고 산은과 대화도 가능하다.
마힌드라는 포드 인도공장 인수한 것을 계기로 쌍용차와 포드의 제휴를 검토 중이다. 쌍용차가 뚫지 못한 필리핀 등 아태 지역에서 포드 네트워크를 통해 활로를 뚫으려는 전략이다. 포드는 2000여 대의 쌍용차로 시장 반응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