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전형적인 ‘상저하고’ 전망
서버D램 회복 기조 계속될 것
우한폐렴 촉각 비상경영 가동
SK하이닉스의 차진석 재무 담당(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은 31일 실적발표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중국 우시공장은 현재 조업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을 마련 중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차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2월 8일까지인 춘제 연휴기간을 확대하는 등 사태 장기화를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D램을 양산하고 있다.
올해 반도체 업황은 개선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수요는 20%, 낸드 수요는 30%대 초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부사장은 “올해 전형적인 ‘상저하고’ 수요 흐름을 예상한다”며 “1분기는 모바일 D램의 계절적 수요둔화가 불가피하지만 서버 D램은 수요 회복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D램과 낸드 플래시 재고 수준이 정상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연간 D램 출하 성장률은 10% 중후반, 낸드는 40% 이상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와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차 부사장은 “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모든 변수가 정상수준에 도달한 것 아니고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며 “기존 보수적 투자 기조에는 큰 변화 없을 것이며 올해 장비와 인프라 투자 모두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투자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시황 개선에 따라 투자규모를 플렉서블하게 할 가능성 있지만,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8년 17조원의 투자를 집행했지만 작년 12조7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차 부사장은 올해 투자처에 대해 “인프라 투자의 경우 올해 완공 예정인 M16 공장을 중심으로 집행하고, 장비 투자는 1y와 96·128단 공정전환에 필요한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작년 영업이익 2조7127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최악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이 2360억원으로 2002년 4분기(550억원)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4637억원)를 49.1%나 하회한 ‘어닝쇼크’로 받아들여진다.
SK하이닉스의 작년 영업이익(2조7127억원)은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타며 거둔 20조8438억원의 10분의 1수준이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118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3조3979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악화 주범은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이다. 작년 1월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6달러였지만 12월 말엔 2.81달러로 53.1% 폭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한 해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와 생산량을 조정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섰으나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고객들의 재고 증가와 보수적인 구매 정책으로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이어져 경영실적은 전년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시장에 대해 서버 D램의 수요 회복, 5G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전형적인 상저하고의 수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