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바이오 성장동력 구체화
CJ는 식품사업 ‘선택과 집중’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삼성과 SK, LG 등 국내 기업이 인수한 주요 해외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20조원에 달하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M&A가 쏟아진 가운데, 최근 대형 M&A들은 단순 해외진출이나 규모의 경제 형성 등 사업경쟁력 강화라는 기본적 목적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래 방향성을 정밀 타깃하는 대형 투자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자동차 전장기업인 미국 하만을 80억달러(9조원)에 인수하고 자동차 전장 사업에 첫발을 뗐다. 이는 단일 회사 기준으로 사상 최대 M&A로 기록될 만큼 대규모 투자건인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 첫번째 발표된 ‘메가딜’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만 인수는 단번에 삼성전자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한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스마트홈-스마트카’라는 청사진으로 회사 근간인 반도체 사업 확대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하만이 독주하고 있는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전장사업분야 전반에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2016년 전기차 부품업체 비야디(BYD)에 5300억원 가량의 지분투자를 진행하고, 인공지능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미국 비브랩스를 2400억원 들여 인수하는 등 모빌리티·AI(인공지능) 분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 업체인 ZKW를 인수하며 모빌리티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외 M&A 시장에서 비주류 기업으로 여겨져 온 LG가 1조4500억원 가량을 들여 ZKW를 인수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으로 회자되고 있다.
LG는 ZKW 인수를 통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접점을 늘려 전장 사업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얻었다. LG전자는 최근 기업간거래(B2B) 사업인 자동차 램프 사업 모두를 자회사 ZKW에 넘기는 등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 둔 바이오 사업에서 해외 대형 M&A건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룹의 투자형 지주사인 SK㈜는 2018년 미국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8000억원 가량에 인수하고, 앞선 2017년에는 SK바이오텍이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2000여억원에 인수하는 등 잇따른 글로벌 M&A로 제약 사업 경쟁력을 키웠다.
SK는 또 현재 그룹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 확대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일본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해 기존 D램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CJ그룹 주요 계열사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미국 대형 식품업체 쉬완스를 2조원 가량에 인수하면서 식품 사업 중심으로 회사를 재편하는 본격적인 발걸음을 뗐다. 쉬완스는 미국 전역에 걸친 식품 생산·유통 인프라와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회사다.
CJ그룹은 그동안 CJ헬스케어와 CJ헬로비전 등 그룹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주력인 식품사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사업의 해외 진출을 통해, 제한된 국내에서의 사업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미의 M&A건으로 평가된다. 특히 쉬완스 인수 과정에서 CJ 이재현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 부사장이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등 오너가의 적극적인 관심도 뒤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전문가는 “최근 대형 해외 M&A 딜들을 분석하면 주요 그룹들이 어떤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명확한 답이 보인다”며 “그룹의 존망이 달릴 만큼 큰 규모의 대형 투자건들은 전례없는 모험이 될 수도 있고 구성원을 쇄신해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주요 경영 사항이라 언제나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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