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선왕실 공주가 입던 의복이 200~350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과학적인 의류관리 및 보존처리 기법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이동식)는 세종대 박물관 소장의 조선 왕실 복식 7점에 대한 보존처리 전 과정을 담은 보고서 ‘직물보존Ⅰ-Insight for Textile Conservation’를 통해 구김과 직물손상을 최소화하는 과학적 보존법을 담았다.
동궁비 원삼 |
이번 보고서에는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사이의 장녀 청연군주(1754~1821)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황색 명주 저고리 등의 보존과학이 담겼다. 센터는 앞으로 조선 현종의 셋째 딸 명안공주(1664~1687)관련유물(보물 제1220호)을 보존처리 과정을 담은 후속 보고서도 준비하고 있다.
센터는 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구김과 직물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맞춤형 충전재를 제작해 복원했다고 한다. 충전재는 옷감 사이에 오리털, 거위털 등을 넣는 것과 비슷한 기법이다.
왕실 복식은 금사(金絲, 금실)를 사용해 보존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오는 11월 초 직물문화재의 새로운 분석 방법과 보존처리 기술, 중요 복식 문화재의 보존처리 사례 등 직물문화재 보존 연구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왕비 당의 |
이번 보고서에는 조선말기 동궁비가 입었던 동궁비 원삼(국가민속문화재 제48호), 전(傳) 왕비 당의(국가민속문화재 제103호), 광화당 원삼(국가민속문화재 제52호, 고종의 후궁인 광화당이 입던 원삼) 등 귀한 왕실 복식 유물에 대한 보존처리 전 과정과 유물 소장 경위, 문화재 관리 이력을 정리해 담았다.
동궁비 원삼은 1906년 순종이 황태자 시절, 두 번째 가례인 병오가례를 올렸을 당시 동궁비(훗날 순정효황후, 1894~1966년)가 입었던 원삼으로 추정되며, 전(傳) 왕비 당의 역시 순종비의 것으로 두 벌의 당의를 함께 끼워 만들었다. 모두 금사(金絲)를 넣어 봉황을 시문한 직금문단(織金紋緞) 직물을 사용하였으며, 오조룡보(五爪龍補)가 가슴, 등, 양 어깨에 달려있어 유물로서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조선 왕실 복식 7점에 대한 보존처리 전 과정을 담아 펴낸 보고서 ‘직물보존Ⅰ’. 연내 왕실복식 보존과학에 대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
명부(命婦, 봉작받은 부인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예복인 ‘원삼’의 금(金) 장식 문양의 형성 배경에 대한 전문가 논고와 부록으로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원삼과 당의, 활옷을 조사한 내용도 이 보고서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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