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동의 얻어 의결권 행사 주력
배당 확대 등 경영쇄신안 꺼낼듯
‘3.8% vs 4.11%’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진칼의 주주 3명(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자가보험·사우회)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3.8%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들은 현재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고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알려지면서 올해도 조 회장 편에 설 것으로 보인다. .
국민연금이 최근 의결권을 가진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례가 늘어난 만큼 우호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조 회장 입장에서도 이들의 3.8%가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의 주주 3명은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3.8%(224만1629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 4.11%에 근접하는 수치다.
이 주식은 한진칼 설립 당시인 2013년 8월 대한항공 인적분할 과정에서 대한항공 주식이 한진칼 주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명의자는 대한항공 직원 또는 직원 자치조직을 대표해 한진칼 해당 주식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주주총회에서도 한진칼 주주 3명은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차명주식 의혹을 제기했지만, 한진그룹의 논란 일축과 주주들의 긍정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진칼 주주 3명의 파급력은 더 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산업의 둔화 속에서 조직 운영의 연속성이 중요한 시기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비상 전략이 중요시되고 있어서다.
우리사주조합과 사우회의 주체인 직원들이 조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한진칼 주주 3명의 의결권 행사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최대영 대한항공 노조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조 전 부사장이 내건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불 보듯 뻔하다”며 “외부세력을 등에 업은 조 전 부사장 측이 회사를 불안정하게 만들면 투쟁으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잡음은 불가피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맺은 ‘3자 동맹’을 통해 한진칼 주주 3명의 의결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자금을 지원했거나 운영진 선정에 관여했을 경우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가 어렵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한진칼에 관련 주식에 대한 해명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관건은 주주 동의다. 한진그룹은 한진칼과 한진칼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주주 3명의 주식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도 주주 동의를 얻으면 의결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은 오는 7일 예정된 한진칼 이사회에서 주주 친화 정책 등 경영쇄신안 카드를 꺼낼 예정이다. 주주 3명의 의결권 행사와 더불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타 주주의 표심이 ‘캐스팅보트’가 된 만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900%를 웃도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한진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 등 재평가 방안들을 우선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당 성향 확대와 주총 전자투표 도입 등 주주 친화 정책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드러난 경쟁 구도에서 어느 쪽도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가 필수적”이라며 “유휴자산 매각과 공급 구조조정, 항공기 구성 효율화 등을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