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주총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KCGI 측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5명의 사내·외 이사를 새로 제안하기로 했다.

이는 이사진의 구성원 수에 명확한 제한이 없는 한진칼 정관의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런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안건을 이날 중 한진칼 이사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홍용호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오는 3월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 앞서 현재 사내외이사를 추가하는 안과 이사회를 강화하는 정관 변경안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진칼 이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내이사)과 사외이사인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등 2명이다.

현재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조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이 변호사는 최근 6년 이상 사외이사의 연임을 금지하는 개정 상법에 따라 새로운 후보로 교체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의 연임을 금지하고 후임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후보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이석우 사외이사의 후임을 포함해 총 4명의 사외이사도 신규로 선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조 전 부사장 측이 내세운 후보들이 모두 선임될 경우 조 전 부사장 측은 한진칼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한진칼 정관 제29조에 따르면 사외 이사가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 수에 대한 상한선은 없어 조 전 부사장 측이 복수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는데 걸림돌은 없다.

일단 이사회의 과반을 장악하면 대표이사 자리도 조 전 부사장 측으로 넘어올 수 있다.

주총 일반결의 사항인 새로운 이사의 선임에는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의결권이 필요하다.

현재 6.4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은 반도건설(8.2%)과 KCGI(17.29%)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31.98%의 의결권을 확보해 발행주식총수 요건은 일단 갖췄다.

재계 한 관계자는 5명의 이사진의 인물 구성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이 회사에서 납득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섭외하고 전문경영인 역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3자 간 논의를 통해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 전 부사장 측은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해 경영을 일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정관 변경을 통해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을 막을 장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당시 KCGI가 당시 경영진에 요구했던 대로 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는 정관 개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