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망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됐다면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도
보건당국, 원인불명 폐렴 환자 모두 코로나19 검사 실시하기로
16일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고대안암병원 응급실 입구에 폐쇄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 중 처음으로 해외여행력이나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29번째 환자가 나왔다. 그의 아내도 양성 판정을 받아 국내 감염자 수는 총 30명으로 늘었다.
이에 보건당국의 검역망에 사각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약 29번째 환자가 다른 경로로 감염이 됐다면 이와 같은 환자가 더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지역사회 내 전파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29번 환자의 부인도 전날 밤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대병원에 입원 격리됐다. 다만 30번 환자가 29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는지 다른 경로로 감염됐는지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80대 남성(38년생)이 29번째 환자로 확진됐다. 현재까지 확진환자 중 최고령자다.
새로 확인된 29번 환자는 15일 흉통으로 불편감을 느껴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심근경색 의심 하에 진료를 받던 중 영상검사에서 폐렴 소견을 발견한 의료진이 코로나19를 의심해 진단 검사를 실시했고 16일 양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환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서울대병원)에 격리입원 중이며, 발열과 폐렴 소견이 있으나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29번 환자는 확진자의 접촉자가 아니며 해외여행 이력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기존 28명의 확진환자는 중국 등 해외여행을 다녀왔거나 기존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됐지만 29번 환자의 감염경로는 아직 모른다. 정 본부장은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파악해 격리조치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29번 환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고대 안암병원을 가기 전 동네의원 2곳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가 진료를 받은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잠정 폐쇄됐고 당시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의료진과 청소 인력 등 36명, 당시 같은 응급실에 있던 환자 6명도 격리됐다.
이처럼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환자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내 전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29번 환자처럼 현재의 검역망 테두리가 아닌 다른 경로로 감염된 환자가 더 있다면 지역사회 전파를 의심해볼 수 밖에 없다.
이에 보건당국은 우선 해외여행력이 없더라도 의사 소견에 따라 의심이 되면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원인불명 폐렴으로 입원 중인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해외여행력과 무관하게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지금도 의사 재량으로 검사 필요성을 판단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외 여행력 없이 국내에 거주하신 분들도 의사 소견에 따라 검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현 시점을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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