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단기 변동성 확대…중장기 디벨류에이션은 NO”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14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렸다.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전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기패소 판정을 받은 것이 알려지며 17일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오는 25일 전후로 있을 ITC의 공식 고지와 이후 LG화학과의 합의 도출시까지 추가 하락 요인은 있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 하락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장보다 6.18%(8500원) 급락한 12만9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하락폭을 만회하며 9시23분 현재 2.55% 낮은 13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소송전에서 승기를 먼저 잡은 LG화학은 전장보다 1.69% 오른 42만50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장 초반 보합을 이어갔지만 다시 1% 이내에서 상승폭을 회복하고 있다.
앞서 IT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LG화학이 지난해 4월 제기한 2차 전지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 측의 증거 훼손 및 삭제 정보 복구를 위한 포렌식 명령 불이행 등을 인정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 예비 결정을 내렸다.
양사가 진행 중인 배터리 관련 소송은 이번 ITC가 예비판정을 내린 것을 포함해 총 여섯 건이다. LG화학은 ITC와 동시에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고, 5월에는 산업기술 유출 협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하며 국내에서도 소송을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한 데 이어 9월에는 미국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LG화학은 특허침해 맞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ITC의 결정으로 향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사업 진행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EV(전기차)용 2차전지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손해배상 논의에서도 유리해졌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 배터리 1공장이나 지연과 글로벌 2차전지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손해배상액 관련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판결 전 LG화학과 합의에 나선다 해도 합의 금액은 5000억원에서 1조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 기업가치 디벨류에이션(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도 “ITC의 조기 패소 판결은 불확실성 해소의 첫 단추”라며 “SK이노베이션이 경쟁사 대비 저평가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전지 부문의 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기업가치 손상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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