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이탈자 가능성도 제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KCGI 3자 연합 측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김 전 상무는 지난 17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보낸 서신을 통해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3자 연합이 항공전문가로 추천한 이사 후보 중 한 명이 사실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하며 사퇴했다는 점에서 내달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3자연합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는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칼맨(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조 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화함으로써 한진그룹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따라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이 우위를 확고히 다지게 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김 전 상무가 3자연합의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자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그의 선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 전 상무의 경우 대한항공에서 임원을 한 경력도 없는 데다 조 전 부사장의 인맥이라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대리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직원 내부에서는 김 전 상무가 지난 1996~2002년 조 전 부사장과 호텔사업본부에서 함께 일한 최측근으로서 회사의 미래보다 자신의 영달을 우선했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게다가 대한항공 전 임직원회 일각에서는 한때 그를 지목해 비판하는 성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참신하고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이라며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중 한명이 자진 사퇴하면서 조 전 부사장 측 전열이 크게 약화됐다. 특히 김 전 상무가 상근 사내이사 후보 중에는 유일하게 항공업 경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3자 연합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현아연합군이 김 전 상무의 이탈로 인한 공백을 메울 새로운 후보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상법 제363조의 2 1항에 따르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에 대하여 주주총회 6주전에 서면으로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주주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3월 27일이 한진칼 주주총회 예상됨에 따라 지난 2월 14일이 주주제안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근거로 조현아측이 김 전 상무를 대신할 후보를 제안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전 상무 외에 유일하게 항공업 경험이 있는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의 경우 평소에는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됐다”면서 “김 전 상무의 사퇴로 전문성을 가지고 한진그룹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힌조 전 부사장 측 주장의 무게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상무가 후보 사퇴와 함께 “조 전 부사장 측이 내놓은 주주제안에 반대하며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밝혀 김 후보의 사퇴가 다른 후보들의 연쇄 이탈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 측이 공들여 영입한 김 전 상무가 오히려 주주제안에 반대하며 칼날을 돌렸다는 것은 이사진 후보들이 조 전 부사장 측의 명분과 논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조 회장과의 기세싸움에서 밀린 만큼 추가 이탈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