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선언에 “직원들에 희생만 강요” 목소리…논란 장기화될 듯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 정찬수 기자] “오너 집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한 사장은) 오너 일가도 아니고 월급쟁이 사장이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 (아들을) 꽂아 넣은 게 대단하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자구안을 내놓은 가운데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두 아들이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사실이 밝혀져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작업이 막바지인 데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이 악화한 와중에 벌어진 일이어서 논란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따르면 한 사장의 첫째 아들은 지난주 아사아나항공 운항부문(면장운항인턴)에 입사했다.
앞서 한 사장의 둘째 아들은 2017년 일반관리직으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아시아나IDT 대표이사(부사장)로 재임 중이었다.
이 사실을 접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블라인드를 통해 비난의 글을 쏟아냈다.
한 직원은 “아버지가 사장인 회사에 지원했을 때 채용과정에서 인사팀이 모를 리가 없다”며 “지원과 동시에 합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직원은 “인사팀에서 소신 있게 평가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부자 관계임을 알았다면 (인사팀의)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 아들의 과거를 언급하는 내용도 있었다. 한 직원은 “임기 중 둘째 아들을 일반직에 취업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카드회사에 다니던 첫째 아들까지 운항인턴으로 급하게 일정을 당겨 채용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첫째 아들이 카드사에 다닐 때는 카드 신규 가입하라고 각 팀에 신청서를 뿌리고 걷어가기도 했다”며 “게다가 임기 중 아들을 결혼시키는 과정에서 온갖 작은 여행사, 관련 업계 세일즈 시켜 청첩장도 뿌렸다”고 덧붙였다.
운항 승무원의 전문성을 배제한 인사가 아시아나항공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항 승무원이 실력과 능력 없이 특혜로 입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조직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의 막바지 인수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 한 사장이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지금 우리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할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사적 차원의 대책 수립과 시행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한 사장을 포함한 전 임원의 일괄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임원진들의 직책에 따라 급여를 일부 반납하기로 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10일간의 무급휴직 신청도 받겠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한 사장의 발언이 공감대를 형성하기는커녕 박탈감만 부추겼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수장이 남몰래 자식들을 챙기는 모습을 지켜본 직원들에게 위기상황이라며 희생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재임 기간 많은 이들의 고통 분담을 강요했고 그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측은 “한 사장의 둘째 아들은 사장 재임 전인 2017년 그룹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면서 “이번에 입사한 첫째 아들도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쳤으며, 입사 지원 자격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