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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욕억제제 ‘벨빅’ 결국 퇴출
식약처, 발암논란에 판매중지 결정
비만약 대명사…시장 위축 불가피
비만약 ‘벨빅’ [일동제약 제공]

비만약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이 국내시장에서 퇴출된다. 벨빅이 비만약의 대명사였고 앞서 ‘리덕틸’이라는 비만약이 비슷한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된 전력이 있어 비만약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 14일 일동제약의 ‘벨빅정’ 및 ‘벨빅엑스알정’ 2개 품목을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한다고 밝혔다.

벨빅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식욕억제제 기전의 치료제다.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려 식욕을 돋구는 호르몬이 도파민 분비를 억제해 식사량을 줄여준다. 에자이가 원개발사이며 일동제약이 2015년부터 국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벨빅의 2018년 원외 처방액은 90억 7600만원으로 비만약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번 식약처의 결정은 하루 전인 13일 미 식품의약국(FDA)이 “벨빅의 위험성에 비해 이점이 적다”며 개발사인 ‘에자이’에게 자발적으로 약물을 회수하라고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도 판매 중지 결정 배경으로 FDA의 요청과 에자이의 자진 회수를 들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의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위해성이 유익성을 상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 FDA 등의 조치를 참고해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FDA에 따르면 비만환자 1만2000명을 대상으로 5년간 수행한 임상시험에서 벨빅 복용군과 위약군의 심혈관질환 발생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암 발생에 있어서 벨빅 복용군이 모든 종류의 암(any cancer) 발생률이 3.59%인 반면 위약군은 3.50%로 오히려 높게 나왔다.

또한 대조 임상 전에 실시한 동물시험 등에서도 유방암 발생 위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실제로 3상 임상 결과를 보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1.18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정보를 근거로 FDA는 에자이에 제품 회수를 요구한 것이다.

한편 벨빅의 시장 퇴출은 전체 비만약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0년까지 비만약의 대명사는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이었다. 리덕틸은 당시 100억원이 넘는 처방액을 기록하던 부동의 1위 비만약이었다.

하지만 2010년 9월 FDA가 리덕틸의 심혈관계 안정성 평가 연구에서 ‘약의 위험성이 이점을 앞선다’는 발표와 함께 자발적 회수를 권고했다. 이에 개발사인 ‘애보트’가 미국에서 철수를 했고 이후 호주, 대만, 홍콩 등 세계 시장에서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가 이뤄져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후 5년 만에 새로 등장한 비만약이 벨빅이었지만 이 역시 리덕틸과 비슷한 이유로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 인구가 계속 늘면서 비만약에 대한 요구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벨빅의 판매중지 결정으로 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나오게 될 비만약은 안전성 데이터를 보다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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