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잠재워도 업계 관심은 여전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마켓컬리가 다시 대규모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선다. 국내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해 온 마켓컬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또 한번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마켓컬리는 이번 투자금 조달을 통해 물류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벤처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신선식품 마켓컬리 운영사인 주식회사 컬리는 최근 시리즈E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한 벤처투자회사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최근 회사 내부 쪽에서 직접 핸들링해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 규모와 방식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 없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시리즈D 투자 금액인 1350억원보다 많은 수준에서 조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마켓컬리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동시에 끊임없는 매각설에 휩싸여 왔다. 이번 추가 투자 유치는 매각설을 다시 정면으로 돌파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다.
컬리 관계자는 “매각을 염두에 뒀더라면 4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쏟아붓고 올해 11월 오픈하는 김포 복합물류단지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추가 자금 유입으로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형태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IPO에 대한 일정 설정도 섣부른 상태라 프리IPO 격의 투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출범 당시부터 꾸준한 투자 실적을 내 왔다. 시드 단계에서 DS자산운용과 DSC인베스트먼트가 50억원, 시리즈A 단계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 UTC인베스트먼트 등이 170억원, 이어 2018년에는 미국계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를 비롯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합류해 650억원 등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 투자전문회사 힐하우스 캐피탈 등으로부터 135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지속적인 자금 유입을 바탕으로 컬리는 물류 인프라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난 2015년 30억원이던 매출은 2016년 174억원, 2017년 466억원으로 늘었고 2018년에는 1571억으로 대폭 확대됐다. 반면 공격적인 투자로 영업 손실도 확대돼 2015년 54억원이던 영업적자는 2018년 337억원으로 늘었다. 새벽배송 시장이 크게 확대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등 여파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쇼핑이 유행하면서 컬리의 본격적인 실적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매각 가능성을 내다보는 관측도 여전하다. 그만큼 새벽배송 시장을 선도한 브랜드라는 매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매수 검토에 나섰다가 끝내 철회한 카카오 이외에도 신세계나 롯데 등 메이저 유통업체들도 마켓컬리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밸류에이션 산정에서의 의견 불일치가 걸림돌이 되어 왔다”며 “마켓컬리는 수천억원 단위의 물류 관련 투자를 이어가며 ‘J커브’를 타고 성장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고, 이와 관련한 투자 역량이 지속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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