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 연기·취소…한국 직원들의 해외 출장도 자제령
국내 기업들, 내수시장 타격 이후 글로벌 영업까지 차질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에서 이용객이 현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 유재훈·정찬수·김현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각’ 단계에 격상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가 현실화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롤스로이스, 듀폰, 바스프, 미쉐린 등 국내에 지사를 둔 외국계 기업들은 코로나 19 사태로 본사 경영진의 한국 방문 중단 통보를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지사 직원들의 외부 접촉 금지 지침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내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우리나라와의 비즈니스 거래 중단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반응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코리아 포비아는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의 항공기 엔진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는 다음달로 계획됐던 본사 고위 임원의 한국 방문 계획을 당분간 연기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5년간 1조2000억원의 항공기 엔진부품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본사 최고위급 경영진의 한국 방문이 연기된 것은 비즈니스 추가 확대의 기회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게 국내 업계의 반응이다.
미국 화학기업인 다우는 25일 미국 본사에서 한국 직원들의 해외 지역 출장을 자제하라는 공식 지침이 내려졌다. 한국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방침에 맞춰 대응 방안의 수위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타이어제조업체인 미쉐린은 해마다 이뤄지던 글로벌 본사 임원들의 한국 방문이 사실상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본사 임원의 한국 방문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게 미쉐린코리아 측의 입장이다.
독일 바스프는 최근 중국 지역에 여행이나 출장 다녀온 경우 14일간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능동감시 대상으로 관리하라는 내용의 본사 지침이 내려졌다. 반면 중국과 가까운 한국의 경우 한국지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기업인 듀폰은 서울 지사 인력에 한해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도 대부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본사 지침보다 한국지사의 개별적인 판단으로 결정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25일부터 재택근무를 사실상 의무화한 수입차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등 대부분 유럽계열로 확인됐다.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수입차 브랜드들도 내부적으로 재택근무를 논의 중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경보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정부 정책에 되도록 보조를 맞추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외국계 기업 임원은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 직원의 본사 등 해외 출장은 사실상 금지된 상태나 다름없다”며 “본사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말들도 나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