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영 구조조정 불가피
신입채용 일정은 잇따라 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최악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기업들이 인력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 차질과 매출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에 코로나19로 신규 채용 일정까지 불투명해지면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거세지는 구조조정…급감하는 고용=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그렇잖아도 경쟁력 저하로 휘청이던 제조업들은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수요의 감소가 제조업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발전 수요의 감소와 탈원전 여파로 두산중공업은 이달 20일부터 만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받고 있다. 이어 한때 ‘신의 직장’으로까지 불리던 에쓰오일도 최근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명예퇴직을 추진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모기업 아람코의 실적 악화와 정유업 전반의 부진이 더해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항공업은 더욱 심각하다. 에어서울은 다음달 한달간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할 경우 모든 직원에게 한달간 휴직하게 할 예정이다.
이미 에어서울은 현재 3월1일부터 2주간의 항공권 티켓 판매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저비용항공사(LCC) 시대가 본격 출범한 이후 사실상 첫 ‘휴업’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 또한 사실상 존폐 기로다. 에어부산은 한태근 대표이사 사장 이하 모든 임원이 지난 24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다. 에어부산 전 직원들 역시 3월부터 무급 희망 휴직에 나섰다. 에어부산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주 4일 근무 ▷무급 15일 ▷무급 30일 등의 휴직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 잇따르는 신입 채용 연기…인력 공백 수급에 차질= 구조조정 여파로 두드러지고 있는 인력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신입 채용 마저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인력확보 시기를 놓칠 수 밖에 없어 연간 인력 운용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10대 기업 중 상반기 공채윤곽을 밝힌 곳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에서 신입공채 일정을 연기하거나 전형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면접 일정을 연기했다. 삼성전자는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SW)역량테스트를 이달 15일에서 다음 달로 연기했다. 또 LG는 올해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4월 이후로 연기했으며 SK와 GS그룹 역시 계열사별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고한다는 입장이다. LG는 연례적으로 미국에서 수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설명 행사인 ‘LG 테크 콘퍼런스’를 참석자 안전을 위해 취소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채용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되더라도 연초 계획한 채용 인원은 그대로 뽑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그때그때 수요에 따른 수시채용이 늘고는 있지만, 상·하반기 대규모 채용이 그룹의 인력 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데 이 계획이 틀어지면 한해 인력 운용은 물론 기업 경영 플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정순식·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