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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민주당 광주 공천 이변 속출…‘양향자 vs 천정배’ 하이라이트 성립됐다
민주당 공천, 양향자 후보 서구을 본선티켓 획득
광산갑 박시종·동남갑 윤영덕 후보 본선행 결정
양 후보, 6선의 천 의원과 4년만에 리턴매치 성사
”4년전 패배 씻겠다“에 천 후보 측은 “수성 자신”
노련한 정치인 vs 겁없는 정치신인 대결로 주목
최근 광주 서구 김대중컨밴션센터에서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현재는 민생당)이 4+1 개혁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역시 공천은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것인가.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광주에서도 ‘총선 본선행 열차’의 이변이 속출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광주 지역구 경선 5차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서 광주 광산갑에서는 박시종 전 선임 행정관이 공천티켓을 거머쥐었고, 동남갑에선 윤영덕 전 행정관의 본선행이 결정됐다. 박 후보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민형배 후보를 눌렀고, 윤 후보는 광주 남구청장을 역임했던 최영호 후보를 물리쳤다. 각각 만만찮은 후보들에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특히 서구을에는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공천 티켓을 획득했다. 경선 대상자는 이남재 전 이낙연 전남도지사 정무특보와 고삼석 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이었는데, 이들 역시 가볍지 않는 상대로 여겨졌다. 이들에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로써 21대 총선(4월 15일)에 나설 민주당 광주지역 8곳 중 7개 선거구 후보가 확정됨으로써 광주는 본격적인 선거운동 열기에 돌입하게 됐다.

광주에서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서구을’이라는 게 중론이다. 양 전 최고위원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정무특보였던 이남재 후보가 맞붙은 서구을 경선은 최고 격전지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 지역의 현역 의원은 6선의 천정배 민생당 의원이다. 화려한 경력 만큼이나 내공이 대단한 인물이다. 이런 천 의원을 상대로 총선을 펼쳐야 하는 만큼 민주당에선 서구을 경선 승자 결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후보는 4년전의 아픔을 갖고 있다. 양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에 나서 천 의원에 참패했다. 거물급 정치인(천정배)의 내공에다가 당시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기운 시기여서 정치 신인(양향자)으로선 쓰디쓴 패배를 맛봤던 것이다.

이에 ‘천정배 vs 양향자’, ‘양향자 vs 천정배’는 4년만에 같은 곳에서의 리턴매치를 의미한다. 양 후보 측에서 그래서 이번에는 칼날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4년간 준비했다. 이번엔 승리”라는 게 양 후보 측 입장이다. 천 후보 측에선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수년간 쌓아온 지역구 관리 능력을 앞세워 재차 ‘넘사벽’임을 입증하겠다는 게 천 후보 측 관계자의 말이다.

민주당 공천에서 광주 서구을 본선 티켓을 거머쥔 양향자 전 최고위원. 양 후보는 이로써 4년만에 천정배 민생당 의원과의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사진은 ‘고졸신화’에서 우리나라 공무원 교육을 총책임지는 자리에 오른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을 인터뷰할때의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양 측의 예비 설전이 대단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엔 4년전과는 상황이 약간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4년전엔 ‘안철수 바람’과 함께 국민의당 기세가 대단했지만, 이번엔 민주당의 약진이 예상된다는 예측과 맞물려서다. 실제 사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 후보와 천 의원 간의 지지율 흐름은 4년전 투표 결과(천정배 국민의당 후보가 54.52%로 압도적 득표)와는 많이 달라진 분위기다. 여론조사상 양 후보의 선전 기대감도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양 후보의 캐릭터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전남 화순 태생의 양 후보는 광주여상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서 임원(상무)까지 오른 ‘고졸 여성신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호남과 광주는 그에게선 삶의 기반이라고 말한다. 그가 자신을 ‘고호녀’(고졸·호남·여성)로 정의하는데 인색치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졸과 호남, 그리고 여성이라는 키워드 속엔 자신만의 긍지심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 고졸 여성임원’ 신화를 만든 양 후보는 임원 3년차를 맞은 지난 2016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삼고초려로 정계에 입문했다. 표창원, 조응천, 김병기 등이 이때 함께 영입된 이른바 ‘더벤져스(더불어민주당+어벤져스)’ 정치인들이었다고 한다. 그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험지로 거론되던 광주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3개월 뒤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및 전국여성위원장에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광주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정치인으로 일대 변신을 꾀한 것이다.

언젠가 양 후보와 인터뷰를 했을때 ‘정치를 왜 하게 됐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치프레임을 변화시키려면 기업인의 DNA가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이번 민주당의 광주 공천에서도 양 후보의 이같은 기업인 경력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양 후보의 ‘반도체 30년 인생’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경제보복이 한창일때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에서의 반도체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양 후보는 이번 광주 서구을 본선행 전에도 일찌감치 지역구를 누비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련한 기업인 DNA를 강조하며 지역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서구을에 시선이 쏠리면서 새삼 천정배 의원의 경력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다 알다시피 천 의원은 정가에선 내로라 하는 ‘거물급 정치인’으로 통한다. 전남 신안 출신의 천 의원은 ‘목포 3대 천재’라는 말을 일찌감치 들어온 수재였다. 그는 목포고등학교를 전체 수석 졸업하고, 대학예비고사에서 인문계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아예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면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 국회의원 외에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화려한 타이틀을 거쳤고, 노무현 정부때는 제57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정치인으로서의 타이틀이나 인지도, 여기에 덤으로 붙는 ‘이름값’으로만 따진다면야 ‘정치신인 양향자’로선 녹록치 않은 상대라는 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

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문을 들였고, 한때 ‘호남의 적자’라는 얘길 들어온 이다. 지난 1996년 경기 안산을에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여기에서만 내리 4선을 기록했다. 천 의원이 광주에 터를 잡은 것은 지난 2013년때부터였다. 천 의원은 2015년 4·29 광주 서을 보선에서 출마(무소속)해 승리했고, 이듬해인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6선에 성공했다.

천 의원 역시 광주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왔다. 천 의원은 지난 1월 4일 ‘천정배의 북카페’를 열었는데, 여기에서 ‘광주여, 정신 바짝 차리자! : 천정배의 개혁공동정부론’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책을 통해 “광주는 양대 정당의 승자 독식 싸움판 정치를 상생과 협력의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로 바꾸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며 “호남의 낙후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지역평등 비전을 갖춘 신주류 대안정치 세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광주는 호남에서 일당 독점을 넘어서는 양당의 선의의 경쟁 체제를 정착시켜 마침내 대한민국의 철저한 개혁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끌 개혁공동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 선거판에 정통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정배 대 양향자 후보의 대결은 내공 있고 지역구가 비교적 탄탄한 노련한 정치인과 겁없는 정치신인의 리턴매치로 정의할 수 있는데, 광주지역 최대의 흥행 대결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천 의원의 지명도 외에도 최근 출범한 민생당에 대한 광주지역민들의 시각, 민주당에 대한 호남 표심 등과 맞물려 둘간의 승패는 쉽게 가늠하지 못할 대결구도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노련한 정치인의 수성 성공이냐, 패배의 기억을 완전히 잊을 정치신인의 반격 성공이냐. 천정배 vs 양향자, 양향자 vs 천정배의 광주 대결은 광주민은 물론 전국에서도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됐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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