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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김형오 ‘공천 칼’에 양산行 불발…홍준표 ‘무소속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 홍 전 대표 양산을 공천 컷오프
홍 전 대표 “김형오 위원장 사악한 속임수에 낙천” 비난
“경쟁자 쳐내기로 야비한 공천배제” 황교안 대표도 겨냥
“2~3일 안에 결정, 그 전에 생각할 일들이 있다” 숙고 중
‘김두관과의 양산 대결’ 접고 고향서 무소속출마가 유력
통합당 내부 어수선…공천잡음·총선전략 악영향 우려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눈을 감고 있다. [연합]

처음엔 고향(창녕)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출마하려 했다. 당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했고 방향을 틀었다. 양산을 쪽으로 가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붙어보려 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불발됐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컷오프(공천배제) 당했다. 양산행(行)은 그렇게 좌절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얘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5일 공관위 회의 직후 이같은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 전 대표만이 아니라 산청·함양·거창·함평 지역구에 공천 신청을 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역시 컷오프 됐다. 김 위원장이 휘두른 ‘공천의 칼’ 앞에서 두 정치 거물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탈락한 것이다. 다른 곳에 대한 차출(전략공천)이나 새로운 험지 공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다른 지역구로 차출하지 않을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보시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으로선 보수 중진 답게 이번 총선에서 ‘험지’로 나가야 한다는 공관위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양산이나 산청·함양·거창·함평을 고집한 두 사람에 대해 컷오프를 결정한 이상, 더이상 미련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 전 대표는 격앙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양산을 컷오프 소식이 전해진 후 페이스북을 통해 “참 야비한 정치 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을 겨냥한 실망감 표출과 함께 비판을 한 셈이다. 홍 전 대표는 몇시간 뒤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황 대표 측의 견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 등의 사악한 속임수에 속아 낙천이 되었지만 무엇이 홍준표 다운 행동인지 며칠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다시 몇시간 뒤인 6일 오전에는 페이스북에 자세한 심경을 담았다. 그는 “김형오 위원장은 2004년 4월 총선때 부산 영도구에서 컷오프 위기에 몰렸을때 내가 공심위원을 하면서 경선을 강력히 주장해 살려준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8년 4월 총선 이후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로 만나 김 의장이 야당을 의식해 국정운영에 미온적일때 1년간 대립하면서 거칠게 다툰적이 종종 있었다”며 “이번에 공관위원장으로 만났을때 나는 그때의 사감으로 나를 공천배제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사과 전화까지 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흔쾌히 받아주어 나는 그것이 해소된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나동연을 이용한 내 공천 배제 작업을 오랫동안 추진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심지어 나동연을 설득해 추가 공모에 응하게 하면 컷오프 하지 않고 같이 경선을 시켜 주겠다고 며칠전 전화를 직접 했을때 나는 국회의장까지 지내고 팔순을 바라보는 사람이 사악한 거짓말까지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아가 “황 대표 측의 경쟁자 쳐내기와 김 위원장의 사감이 합작한 야비한 공천 배제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홍준표 다운 행동인지 오늘부터 숙고하겠다. 숙고는 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컷오프를 김 위원장의 ‘사감’과 황교안 대표의 ‘경쟁자 자르기’가 합쳐진 것으로 그는 판단한 셈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정가에선 홍 전 대표의 ‘숙고는 길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고향 출마가 제지당한 홍 전 대표는 양산을 출마를 바라면서 이것마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계은퇴나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여왔다. 즉 정계은퇴나 무소속 출마라는 배수진으로 양산 공천을 요구해온 것이다. 이것이 틀어진 이상 홍 전 대표가 택할 수 있는 길은 그의 말대로 정계은퇴 또는 무소속 출마일 것으로 보인다. ‘숙고’는 둘중의 하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후일 도모성의 불출마 선언도 예측되긴 하지만, 이는 정계은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홍 전 대표는 장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홍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라는 배수진성 길을 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때 대선후보였고, 보수진영의 대표까지 역임한 그가 꿈(?)을 놓지 않는한 정계은퇴를 할리는 없다는 견해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탰다. 박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전 대표는 고향(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무소속으로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박 의원은 “홍 전 대표로선 여기에서 사라지면 정치 생명은 끝나는 것”이라며 “홍준표나 김태호 이 분들은 대권 생각을 하기에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홍 전 대표의 경우)어떻게 됐든 대권 후보였고 영향력이 있다. 지금 그리고 미래통합당 대권 후보가 그렇게 튼실하지 못한다. 만약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종로에서 이낙연 전 총리에게 패배하면 끝나는 거다”고 했다. 황 대표가 종로 선거에서 지면 어쨌든 기회는 있을 수 있기에 홍 전 대표로선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박 의원은 홍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 강행을 거쳐, 결과가 좋으면 나중에 통합당으로 다시 갈 것으로 봤다.

박 의원의 전망이 100% 맞을 수는 없지만, 홍 전 대표가 대권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은 모습은 그동안 몇차례 보여왔다. 홍 전 대표는 얼마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단)이번 총선을 치러봐야 되겠죠. 정치를 하다 보면 누구나 다 나라를 한번 경영해보는 게 꿈이다. 2022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 지금 예선을 뛰고 있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번 총선을 모멘텀으로 대선까지 가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고향 출마가 저지당하자, 양산을로 방향을 튼 것도 이런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선(4월 15일)에서 경남 양산을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출마할 예정이다. 마을 이장 출신의 김 의원은 경남지사를 지낸 성공스토리 인물이다. 한때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다. 현재는 몸값이 좀 하락한 것 같지만, 여권내에선 여전히 잠룡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양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곳이다. 홍 전 대표로선 김 의원에 승리하면 노 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을 극복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후의 선택지로 양산을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양산을에 나서게 되면 ‘홍준표 vs 김두관’ 대결의 상징성을 부여받기에 정치1번지 종로 선거만큼이나 시선을 받을 것이고, 그러면 양산이 ‘정치2번지’ 쯤으로 부각되는 효과도 의식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홍 전 대표가 이기고, 종로에서 황 대표가 이낙연 전 총리에 패할경우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을 끝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 6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두관 공동선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홍 전 대표가 구상하는 이런 시나리오는 다 틀어지게 됐다. 홍 전 대표가 ‘경쟁자 쳐내기’라는 표현을 쓰며 황 대표에 비난을 가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공천의 칼’은 김 위원장이 휘둘렀지만, 그 내막엔 황 대표의 ‘집중 견제’가 자리했다는 생각을 홍 전 대표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암튼 고향 출마는 물론 양산을 출마까지 불발된 이상 무소속 출마라는 배수진을 칠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심경과 ‘숙고’라는 단어를 감안하면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자신의 결심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 전 대표는 앞으로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2∼3일 지난 뒤 공관위 공천이 끝날 때 정리하겠다. 그 전에 생각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답했다. ‘생각해야 할 일’은 무소속 출마에 대한 당위성과 출마 지역에 대한 마지막 ‘퍼즐 맞추기’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내부는 어수선하다. 홍 전 대표의 탈락을 결정한 공관위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아쉽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보수 진영의 거물인 홍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면 미래통합당 공천 잡음으로 비쳐질 수 있고, 나아가 통합당의 21대 총선 전략 자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기도 한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의 탈락에 대해 “가슴이 너무 아프며 당의 중요한 자산 한 분이 큰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지도자는 억울해도 물러설 때가 있어야 되기에 한발 물러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김영우 통합당 의원도 이날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공관위로서는 자신들이 세운 기준과 원칙, 그런게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홍 전 대표로서는 상당히 서운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숙고 끝에 홍 전 대표가 내놓을 ‘자신의 길’은 뭘까. 하루 이틀 또는 사흘 안에는 ‘홍준표의 결심’이 공개될 것 같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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