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일각 지역구 역풍도 우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비례투표정당을 만든다. 현 선거 구도가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범 보수 진영과 민주당의 백중세라는 판단 아래 나온 전격적인 결정이다.
민주당 출신들을 후순위로 배치, 친여 소수 정당의 참여를 유도한다. 총선 후 정국을 친문 대 반문의 과반 싸움으로 몰고 가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총괄본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합정당 참여를 위한 전당원 투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비례의원 의석 확보를 위해 민주당은 물론, 정의당과 민생당 등에게도 문을 열어논 소위 범 진보 정당 연합을 만들고, 여기를 통해 비례의원 후보를 내겠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연합정당에 참여하지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석은 하나도 추가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앞순위는 소수당에 배정하고 뒷순위에서 할것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례정당 없이 총선 비례투표에 나설 경우 민주당이 얻을 것으로 예상했던 7석에 해당하는 자당 비례 후보를 연합정당의 뒷자리에 배치하겠다는 말이다. 이 경우 다른 정당들은 많게는 16석 정도 비례의원 확보가 가능하다.
이를 최종 확정할 전당원 투표는 12일 진행된다. 당 내에서는 소위 친문 당원들이 숫자, 또 여론 주도 싸움에서 앞서고 있는 민주당의 특성 상 큰 반대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전날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시 자체 확보 가능 의석수는 최소 10석에서 최대 23석으로 예상했다. 반면 현행 체제 아래 최대 26석까지 예상됐던 미래한국당의 예상 의석수는 상황에 따라 18개까지 줄어든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지금 상황에서는 미래한국당이 전체 비례의원 의석 47개 중 26개를,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7개씩 확보 가능하다는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민생당이 각각 3~4개의 의석을 확보하면 민주당 및 정의당 등 친 정부 성향 비례 의석수는 14개에서 17개 수준에 머문다.
반면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 정의당 합류시 최대 23개 의석을, 정의당의 비합류시에도 13개에서 19개를 민주당 단독으로 확보 가능하다는 자체 진단이다.
문제는 지역구 의석수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이 130개, 통합당은 119개 의석을 지역구에서 확보한다는 가정 아래 비례정당 시뮬래이션을 돌렸다. 비례정당을 만들면 원내 제1당은 물론 과반 확보도 가능하다는 산식으로 반대파를 설득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가정 자체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비례연합 정당 참여로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민주당 지지가 효과적으로 연합정당으로 이전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구 선거까지 감안하면 연합정당 참여가 명분도 없고 실익조차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도 “결론이 나면 따르겠지만 계산법이 너무 다르다”며 “제 계산은 비례연합정당을 하면 지역구 130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백표에서 수천표로 당락이 갈리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명분을 빼앗길 경우 생각보다 많은 지역구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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